프롤로그

푸른빛의 기억이 피운 추억의 꽃, 그리고 그리움의 열매

by haisan

까만 얼굴에 맑고 큰 눈동자, 하얀 이가 드러나는 함박웃음, "바디, 쿠 쉐아!(친구, 안녕!)"하고 건네는 인사, 늦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새들의 아침 지저귐, 싱싱한 보랏빛의 신비한 바나나 꽃 봉오리,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노랗게 별처럼 열린 망고들, 아이를 등에 엎고 커다란 물통을 머리에 이고 춤추듯 걷는 여인, 바싹 마른 건기에 흙길을 달리면 연기처럼 일어나는 하얀 먼지, "우당탕.. 탕.. 탕.. 탕!"밤마다 형광등 불빛과 함께 찾아오는 전기발전기의 소음, 폭죽을 터뜨리듯 정신없이 양철지붕을 때리는 우기의 빗소리, 설탕가루처럼 곱고 고운 백사장과 바다


마케니(Makeni)에서의 하루하루가 영화 속 영상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남편의 아프리카 로망을 따라 겁 없이 떠났던 길 위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 유리병 속에 넣고 한 톨, 두 톨 팔던 마늘, 한 개, 두 개 팔던 사탕, 그리고 한 컵, 두 컵 팔던 쌀...... 하지만 늘 함께 나누었던 이웃이 있어, 절대적인 빈곤 속에서도 가난함을 느낄 수 없었다.


다시 돌아온 "부유한" 일상에서 결코 가난하지 않았던 "빈곤한" 삶을 돌이켜 본다.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누워서, 샤워기를 틀어놓은 듯 퍼붓는 빗 속 차가운 샤워를... 도시의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며, 깜깜한 방을 밝혀주던 작은 촛불을... 몇 시간씩 아이폰에 넋 빠진 아이들를 보며, 굴렁쇠를 굴리며 달리던 한 무리의 아이들의 고함소리를 떠올린다.


아이들의 함성은 점점 커져 싱싱하고 푸른빛의 기억으로 자라나, 추억의 꽃을 피우고, 이윽고 그리움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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