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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isan Mar 23. 2020

야외 부엌 짓기

현지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조건! 

매일 우리의 식사를 담당하고 있는 테레사는 뜨거운 땡볕 아래서 숯불을 피워 점심을 하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창문이 달리지 않은 주방은 늘 어두웠고, 바깥으로 바로 통하는 철문을 열어 놓아야 빛이 들어왔다. 테레사는 석유를 사용하는 곤로는 기름값이 많이 든다며 이곳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숯불 화덕을 구입했다. 그런데 불을 피울 때 나는 연기 때문에 실내에서 조리할 방법이 없었고, 부엌문 바깥의 외부공간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 집의 청년 밀티와 죠셉이 왜 야외 부엌을 짓지 않냐고 의아해했다. 야. 외. 부. 억? 부엌을 실외에 짓는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곰곰이 돌이켜보니 나무나 숯을 사용해서 밥을 짓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실내에서 요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드문 일이었다. 야외 부엌을 짓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밀티와 죠셉에게 되물었다. 이 두 청년이 어깨너머로 배운 바에 의하면, 부엌을 짓을 만한 평평한 바닥의 공간, 지지 기둥으로 일정한 길이의 각목이 등 목재, 흙벽돌과 시멘트, 모레 그리고 지붕으로 사용할 함석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흙벽돌은 자신들이 만들 수 있고, 모레와 시멘트, 각목, 함석판 등은 마을 초입의 레바논 건축자재 상점에서 구할 수 있으며 모든 재료들이 갖추어지면, 목수인 옆집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면 일을 해 줄 것이라고 했다.      

흙벽돌 말리기 copyright@haisan

첫 작업은 흙벽돌 만들기. 흙에 물을 "알맞은" 비율로 섞어서, 나무로 만든 벽돌 틀에 채워 넣고 뒤집어서 틀을 빼내면 끝, 굽지도 않고 햇볕 아래 일주일쯤 말리면 완성된다. 큰 부엌이 아니고, 흙벽돌로 벽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나무 기둥을 지지해 줄 수 있도록 바닥을 경계선처럼 두를 정도만 필요하다고 해서 대략 50장 정도를 만들었다. 밀티나 죠셉과 같은 청년이 아니라, 중학생인 유진과 알리 등 동네 아이들이 실력을 뽐내며 만들어서 벽돌의 모양이 제각각이다.      

시멘트 만들기 copyright@haisan

시멘트와 목재를 사러 레바논 건축자재 상점에 갔더니, 레바논 상인은 물건을 팔기보다 우리의 정체를 더 궁금해했다. 마르코가 마케니 대학에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하자 "아, 마케니 대학의 총장인 비구찌(Biguzzi) 주교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며 목재와 시멘트를 배달해 주겠다며, 모래는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라고 상점 옆에 쌓인 모래더미를 가리켰다. 그렇게 우리는 알렉스라는 건축자재상을 알게 되었고, 시멘트와 모레가 도착하자 밀티, 죠셉 그리고 압두라가 함께 본격적인 부엌 바닥 다지기 작업에 돌입했다. 지붕으로 쓰일 튼튼한 함석판은 대학의 루이스가 구해다 주었고, 비와 바람을 막을 요량으로 두 면을 이웃을 통해서 구한 함석판으로 막았다. 막상 부엌을 짓을 때가 되자, 옆집의 목수 아저씨는 본업으로 바빠서 일선에서 물러난 목수 할아버지를 소개해 주었다. 목수 할아버지가 며칠 동안 기둥을 세우고 함석으로 벽을 만들고 흙벽돌로 경계를 만들어 기둥을 지지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붕을 올리는 것으로 우리의 야외 부엌은 완성되었다. 우리는 야외 부엌을 지으라고 아이디어를 내었던 밀티와 죠셉과 함께  카사바로 푸푸를 만들어 야외 부엌 개시 잔치를 했다. 

야외 부엌 개시 copyright@haisan

그 누구보다 기뻐한 것은 테레사였다. 그녀는 널찍한 부엌 바닥에 흙벽돌 세 개로 화덕을 만들어 콧노래를 부르며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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