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진행 순서가 궁금해요."
독서모임을 직접 운영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진행일 거예요. 어떻게 인사말을 꺼내야 할지, 발언 순서와 시간은 어찌해야 할지, 미리 논제를 준비해서 가야 하는지 아니면 책에 대한 느낌만 나누다 올 것인지 등등. 멤버로서 참여할 때는 그저 책을 읽고 모임장이 리드하는 대로 따라가면 되지만, 모임을 직접 주관하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참 고민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독서모임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서 모임을 만드는 분들의 경우엔 더욱 감이 안 잡힐 수밖에 없겠지요.
독서모임은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나눌 수 있어요.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나누는 모임과 하나의 토론 주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부담 없이 책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후자의 모임은 토론의 주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 가지 논점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모임을 결성할 때 추구하는 방향을 명확히 해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참석하는 모임원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겠죠?
저의 경우엔 논제 없이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즐기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전자의 모임을 주로 운영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때 숙제하듯 해치우는 것보다 책 읽기 자체를 즐기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다만 논제를 따로 정해놓지 않고 모임을 진행할 때 자칫하면 대화가 책과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사하기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 간단하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인사를 합니다. 신규 모임의 경우 자기소개를, 기존 모임의 경우 지난 모임 이후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합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에는 이름, 독서모임에 가입한 이유, 모임에서 얻어 가고 싶은 것, 모임에 임하는 자세 정도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미리 안내를 해드립니다. 가능한 처음부터 나이와 직업을 이야기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처음 소개가 오래도록 각인되어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책과 모임에 중심을 둘 수 있도록 합니다. 모임원 모두 돌아가며 인사를 나누고, 이 모든 과정이 15분을 넘기지 않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모임장이 인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안내하며 책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갑니다.
독서토론
충분히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때부터 리더는 한 발짝 물러서서 모임원들이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발언시간이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조율하면서 적절하게 다음 질문을 이어갑니다.
이때, 책을 읽지 못하고 참여한 멤버에게는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가 끝난 후 그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세요.
책을 읽기 전 책에 대한 기대 / 읽은 후의 느낌
책을 읽기 전에 표지와 제목만으로 예상한 느낌과 기대와 읽은 후의 소감을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기 전의 느낌을 말하는 이유는 평소에 내가 어떤 프레임을 갖고 책을 대하는지,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한 장치입니다. 읽고 난 후에는 표지의 전체적인 느낌이 내용과 맞는지,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는지, 마케팅의 효과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토론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책을 읽기 전, 표지와 제목을 보고 어떤 기대를 하셨나요? 그리고 읽고 나서의 느낌은 어땠나요?"
인상깊은 구절, 페이지 소개 / 이유
경험 나누기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울리는 문장, 또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있을 거예요. 평소 책을 읽으며 인덱스를 이용해 표시해두었던 부분과 필사한 내용을 토대로 낭독을 합니다. 모임원들에게 읽어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모임원들은 본인의 생각과 비교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죠. 낭독이 끝나면 그 구절이 왜 마음을 울렸는지, 왜 기억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보통 책을 읽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들이 인상 깊은 구절을 뽑을 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시간을 통해 모임원 개개인의 성향과 배경을 이해하게 됩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생각과 경험이 같이 어우러져 나오기 때문에 이때부터 토론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죠.
"인상 깊은 구절을 나눠볼까요? 이 구절을 왜 나누고 싶었는지,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모임원들과 번갈아가며 인상 깊은 구절을 나누다 보면 보통 한 사람당 적게는 2구절, 많게는 3구절 정도 나누게 됩니다.(6명 기준) 인원이 적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구요. 책을 통한 간접경험에 이어 모임원들의 이야기를 통한 간접경험까지 생각이 배가 되는 순간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메세지 (작가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
내 삶에 적용할 부분과 다짐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각자의 키워드를 뽑습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인지, 책을 읽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이러면서 처음에 나누었던 책을 읽기 전 기대했던 부분과 비교를 하기도 하죠. 또 메세지를 통해 삶에 적용할 부분과 실천할 내용이 있을 경우 다짐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공개 선언을 했기 때문에 다음번 모임 때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때도 있어요^^
"책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일까요?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이 책을 읽고 이것만큼은 내가 실천해봐야겠다 하는 것이 있나요? 삶에 적용할 포인트를 한 가지씩 나눠주세요."
마무리
그날 나눈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정리하면서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독서모임에서 있었던 내용들이 휘발되는 것이 아쉬워 최근에 새롭게 적용하고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모임이 끝나기 5분 전, 단톡방에 게시판으로 아래 내용을 올려드려요.
1)활동 내용
2)나눈 이야기
3)기억에 남는 이야기
4)실천하기로 한 것
개인 sns를 활용하시는 분들은 평소에도 꾸준히 잘 정리하시지만, sns 활용을 안 하는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시작한 방법입니다. 리더가 단톡방 게시판에 날짜와 책 제목을 올려두면 멤버들은 아래 양식에 맞춰 댓글을 답니다. 모임 장소를 벗어나면 잊어버릴 수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모두 적고 퇴장하도록 하고 있어요. 카페나 밴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익명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편입니다.
여기까지가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2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내용입니다.
리더란 독서모임을 하고자 모인 분들이 책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갈 수 있도록 리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책을 굳이 어렵게, 애를 써서, 공부하듯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모임의 성격, 리더의 역량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의 모임을 진행하시면 되는데, 그 자체에 너무 많은 부담감을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형태의 모임을 추구하는지, 독서모임을 왜 만들려고 하는지 충분히 생각해보시면 하고자 하는 모임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 믿어요. 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책과 함께 하는 나날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