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독서모임에 치명적이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이 계속되자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계속되는 불안과 억압된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나와 함께 했던 독서모임 멤버들도 울타리 안에서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다가 갑자기 주어진 시간의 자유에 무력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외부와 단절된 채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의 자유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하릴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다 보니 무력함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도 아주 치명적이었다.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중심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전염병 앞에서 대처는커녕 아무 대응도 할 수 없었다. 손 놓고 상황이 종식되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시점이었다. 어떤 이는 이 상황이 위기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이 기회라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두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일 것이고, 하지 못할 일만 바라보며 상황이 종식되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위기일 것이다.
두어 달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추이를 지켜보았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는 현시점으로 보아서는 단기간에 끝날 일 같지 않았다. 나 역시 또 다른 방법으로 하던 일을 계속 이어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가 갖고 있는 환경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외부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내 일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외면했던 온라인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고 있던 일을 꾸준히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는 멤버들의 도움으로 온라인 모임을 주관하면서 프로그램에 익숙해졌다.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오프모임과 달리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요점을 정리해서 마무리하는 역할을 함께 해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소진되기는 했지만 모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지난 2주 동안 그간의 경험을 살려 온라인 독서모임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총 9분과 함께 성황리에 모임을 마쳤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것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하루라는 시간을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취지였다. 참여하신 분들은 이를 잘 이해하고 각자의 상황에 맞춰 시간을 활용했고, 계획한 일을 실천하며 성취감을 얻는 연습을 이어갔다. 외부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나를 중심으로 흐르는 시간은 내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현상이 대수롭지 않아 졌다.
코로나 사태로 하여금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 이상 외부에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고 앞으로의 상황도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하나씩 시도하다 보면 어떤 악재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