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양 Apr 10. 2020

내가 가진 그릇에 맞게 산다는 것






   

 천성적으로 오지랖이 넓고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만족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쓰임이 되었다는 사실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성향이 인정욕구의 갈증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 걱정도 되었지만, 나누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쁨을 누릴 줄 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 장점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독서모임의 시작도 그러한 성향에서 비롯되었다.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것과 책을 통해 변화된 삶의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나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 모두 책으로 하여금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처음 1년간은 마냥 즐거웠다. 엄마와 아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집을 개방했다. 주말마다 아이들이 함께 와서 아이들끼리의 시간을 보내며 노는 동안 엄마들은 옆 방에서 독서토론을 했고, 날씨 좋은 날은 도시락을 싸서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은 내면에 쌓인 상처와 육아로 인한 고단함을 풀어낼 수 있었고, 독서모임으로 하여금 활력을 되찾은 엄마들을 시작으로 각 가정에도 평안함이 가득했다. 엄마의 변화로 남편과 아이, 나아가 집안 전체의 분위기가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그저 독서모임 하나 시작했을 뿐인데 문어발처럼 뻗어가는 긍정적인 변화에 이번 생의 목표를 찾은 듯 했다. 행복에 겨운 상태로 한 팀 한 팀 개수를 늘려가며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10개팀의 모임을 주관했고, 매주 5,6회씩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꿈을 키웠다. 내가 가진 달란트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피로함도 잊고 2년이라는 시간을 열정적으로 보냈다.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과의 병행이 버거워지자 퇴사까지 하고 독서모임에 매진했다. 이때부터는 나눔의 개념만으로 모임을 진행 할 수는 없었다. 적당한 비용을 받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모임을 이어갔다.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강의와 코칭을 개설해서 더 많은 수익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퇴사 후 창직 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호황을 이뤘다. 월급의 두배 이상 되는 수익을 만드는 쾌거도 누렸다. 지방 강의를 갈 때마다 가족들과 함께 가서 여행까지 즐기고 오는 꿈의 생활을 보내기도 했다. 퇴사 후 달콤함의 순간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달콤함을 맛보고 나자 순수했던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들에 손익을 따지게 되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관계가 지속되자 진행하고 있던 모든 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욕심이 차오른 내 상태를 돌아보지 못한 채 피드백이 없는 사람들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안 된다고 머리에서는 수없이 경고를 했지만 스치듯 생긴 불편한 감정은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에 실망스러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부정적이고 오만에 가득한 상태에서 일은 당연히 잘 될 리가 없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생활을 지속하다가 모든 일정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은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했던 마음으로 돌아가 책에서 얻은 지혜를 일상에 입히면서 느낀 것을 나누고 삶의 풍요를 만들어내는 노력을 반복했다.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인정받지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묵묵히 이어갔다. 독서모임에서 또한 많은 욕심을 내지 않고 나만의 기준에 맞춰 적정한 인원, 좋은 책으로 함께하는 모임으로 만들어갔다.


 가지고 있는 경험을 끼워 맞춰 돈을 벌려고 할 때는 따르지 않던 물질적 이익이, 순수한 마음으로 타인을 이롭게 하고자 노력하는 순간 따르기 시작했다. 욕심을 버리고 원래의 나를 찾고 난 후에 제대로 된 길을 만난 것이다. 타인을 향한 선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반드시 원하는 길 앞에 서게 된다. 내가 나누었던 마음이 지금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훗날 다른 방법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진정성만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이 더욱 오래 갈 수 있음을 배웠다.


 어떠한 콘텐츠를 가지고 활동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요령이나 방법론들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들에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가치를 입혔을 때 비로소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수시로 달려드는 유혹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나의 욕구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욕구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진 그릇의 크기를 알고, 그에 맞게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아는 지금의 삶이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위기 속에 기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