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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May 17. 2024

MZ몰이와 MBTI의 공통점과 차이점

사람을 빠르고 편하게 이해하기

 우리의 실제 생활에서든, sns를 비롯한 전자세계에서든 가장 핫한 소잿거리는 MZ와 MBTI일 것이다. MZ의 용례는 정말 다양하다. 뉴스에서도 쓰이고,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규정할 때도 쓰이고, 트렌드에 잘 따라가는 사람들을 향한 수식어로도 쓰인다. MBTI 역시 20대와 30대를 넘어 다른 나잇대의 사람들에게도 알음알음 알려지고 있다. 이런 유행에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MZ이야기부터 해보자.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제트세대다. 원래는 아이브의 장원영부터 강동원까지가 포함된다. 강동원이 몇 살이냐고? 81년생. -너무 포함되는 년도가 많은 것 같지만- 세대를 나누는 일은 자연스럽고도 필요한 일이다. 대상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을 찾아내고 분류하는 일은 학문적으로, 또 일상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니까. 이런 방식의 정의는 결국 귀납적으로 이론을 정립하고, 그 이론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파악하기 위함이다. 또 이를 통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까지 만난 MZ세대가 모두 BTS에 대해 알고 있다면, 다음에 초면인 MZ세대를 만날 때 BTS를 화제로 제시하며 빠르게 친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분명 좋은 일이다.


 MBTI는 어떨까? MBTI 역시 다른 사람을 파악하는 기준이 된다. 가장 많은 용도도 스몰토크이니 이점까지 MZ와 똑같다. 물론 MZ몰이는 정치적 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요소에 가깝다. MZ와 MBTI 모두 개개의 인간을 쉽게 규정 -좋게 말한다면 파악- 하기 위한 틀이다.


 물론 MZ의 본질은 정치적 무기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둘은 치명적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MZ와 MBTI의 본질은 동일하다. 바로 "개개의 인간을 쉽게 규정하기 위한 틀"이라는 것이다. 또 이러한 공통점에 의해 정치적 무기로도 쓰인다고 말할 수도 있다. 정치적 무기로의 쓰임도 결국 위와 같은 본질적 기능에서 유래한다. 그러니 정치적 무기라는 속성은 MZ몰이의 -MBTI와의 차이점이긴 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MBTI는 정치적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20대와 30대와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우연적 배경 때문만이 아니다. 16개라는 분류는 편가르기로 쓰기엔 너무 복잡하다.


 이에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정도를 지키며 사용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타인을 언어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대상이 가진 역동성과 잠재성을 무시하는 일로 이어진다. 기성세대의 MZ몰이에 젊은 세대가 분노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 아닌가? 물론 이런 행태는 전혀 도덕적인 일이 아니고 오히려 부덕에 가깝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지성적 편리함과 안락함에 대한 욕구가 있다. 인간의 몸은 안락함을 지향한다. 뇌, 그러부터 파생되는 사고활동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이런 언어적 규정은 필연적으로 배타성의 증대, 대상에 대한 타자화, 비일륜성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런 부작용들은 단순히 안락함을 위해 감수하기인 너무 큰 결과다.


 문제는 MZ세대가 그렇게 싫어하는 MZ몰이는 그들이 좋아해 마지않는 MBTI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 성격검사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느냐는 생략하고- MBTI에서도 타자화는 나타난다. 물론 어느 정도 농담기가 섞여있지만, 유행초창기에는 INFP들을 '씹프리'라는 멸칭으로 불렀다. '씹프피'라는 단어사용이 사그라지자 "T발 너 C야?"라는 유행어가 퍼졌다. T가 공감을 해주지 않는 점을 꼬집는 표현인데, 상대에 대한 원망과 비난 섞인 감정이 섞여있다. 이 둘 모두 특정 대상을 타자화하는 일이다.


 또 필자는 전에 이런 대화를 들은 적이 있다.


 "너는 왜 항상 늦냐?"

 "내가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도- J여서 그래"

 "J는 계획형이잖아."

 "응. 그래서 항상 딱 맞춰서 출발하는데 항상 변수가 생기네?"

 "그건 그냥 니가 게으른 거잖아."

 "아니 변수가 생기잖아. 내가 J인데 어떡해"

 듣고 있던 필자는 속이 터지고


 이것 말고도 자신의 모든 판단과 행동을 MBTI 결과에 짜 맞추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지원자들에게 MBTI도 함께 제출하라고 해 논란이 된 회사도 뉴스이 등장했다. 주변에서 찾기 결코 어렵지 않은 이런 사례에서 MBTI가 가진 잠재적 위험성이 드러난다. MBTI는 때론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로, 어떨 때는 자아의탁의 수단으로 쓰인다. 이런 행동들은 결국 타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스스로의 자유와 자기 발전마저 절개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의 기저에는 -마치 MZ몰이가 그렇듯- 안락함을 향한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끝났다. MZ몰이와 MBTI 모두 "개개의 인간을 쉽게 규정하기 위한 틀"이다. 이런 틀 자체가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안락함을 위한 수단으로써 타인들에 대한 폭력 또 스스로에 대한 황폐화의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그 어떤 무기만큼이나 위험하다. 그러한 안락함에 대해서 벗어나 우리에게 주어진 요소요소들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MZ세대는  자신들을 공격하는 기성세대와 별반 나은 존재라고 결코 말할 수 없으리라. MZ몰이나 MBTI나 그 본질, 또 일상에서 나타나는 양상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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