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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May 31. 2024

날 사랑한다면 사진을 남기지 말아줘

24.05.31 단상

 나는 어려서부터 사진이 싫었다. 성질이 급하고 산만했던 나에게 포즈를 잡고 가만히 서있으라는 건 너무 힘든 요구였다. 내 외모도 싫었다. 봐주기 좋은 곳이라곤 없으니까.


 내 친모께서는 말씀하시곤 한다. "그게 다 추억이 되는 거야." 졸업앨범을 한사코 반대했던 나를 그녀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졸업앨범을 결국 구매한 것도 당연하고. 이후로도 나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기록해놓고 돌려본 역사가 전무하다. 사진에는 인상이 없다. 소중한 건 그때의 인상을 기억하는 일이다.


 만약 누군가가 날 그리워하는 미래가 온다면 -실소까지 나오는 가정이지만- 내 사진을 보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타인의 진심을 알 수 없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행동은 곧 진심이다. 이런 가혹한 진실에선 사랑도 결코 피해가지 못한다. 사랑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대상에게 더 많은 것을 투자하는 것뿐이다. 물질이든 노력이든, 아니면 마음이든.  


 그래서 내 사진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주길 바란다.

 나의 얼굴을 언젠가 잊는다면, 가슴이 찢어지듯 아파해주길.

 애초에 사진에 찍힌 건 내가 아니라 박제된 나의 표면일 뿐이니까.


 이기적인 바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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