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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하 Nov 08. 2023

찬바람 불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고민에 대해

오늘도 커리어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직장 생활 17년 차, 어느새 관록이 엿보여야 하는 나이대의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쩍 팀원들이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아...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되고, 남은 서너 달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회사 생활부터 자기개발, 커리어 패스, 연애/결혼까지, 제가 20대 30대 때 고민했던 것들과 유사한 질문들을 듣고 있으면 정말 기분이 묘해집니다. (아... 내가 나이를 먹긴 먹었구나 싶어요.)


20대~30대 초반의 나이대가 주류인 회사에서 결혼도 하고 육아도 하면서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40대인 저는  약간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포지션을 갖고 있습니다. 월급도 떼여보고, 노예 같은 삶에서 도망치듯 회사를 나온 적도 있고, 숨이 막힐 정도로 보수적인 회사에 다녀보기도 하고 돌아보니 왕따였던 적도 있고... 이렇게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어보니 무엇을 물어봐도 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에서 나오는 답을 아직은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도움이 되는 한마디를 건네주고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제가 겪었던 실수나 시행착오를 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의견을 주곤 합니다.   


이때 가장 주의하는 것이 나도 모르게 '꼰대의 한 말씀'이 될까 봐 늘 조심스럽게 의견을 건넨다는 것입니다. 제게 먼저 조언을 구했지만 조언을 빌미로 말이 길어지면 결국 잔소리나 참견으로 되어버리기 일쑤니까요.


찬바람 불면 늘 드는 고민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내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남은 3개월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생각해 보니 저도 고민과 걱정들이 가득 찬 터널을 아직 다 지나온 것도 아닌데 나이가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경험을 조금 더 해봤다는 이유로 이것이 정답이네 저것은 틀렸네라고 말하기가 부끄럽긴 합니다. 제가 지나온 2,30대의 상황과 지금의 2,30대의 상황은 다르기도 하고 그로 인해 가치관의 차이도 있어서 제 의견이 얼마만큼 그들에게 유효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여러 질문들이 있었는데 비슷한 것들을 묶어서 한 번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는 저도 아직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정말 나의 생각과 의견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에게도 물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기개발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직장 생활을 몇 년 하고 나면 문득 그런 욕구(?)가 솟아오를 때가 있습니다. 

"대학원에 가볼까? MBA를 따볼까? 전문 자격증은 어떨까?"


특히 연말 평가 시즌이 다가오거나 다음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 나를 업그레이드해 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정작 대학에서 배운 건 회사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기개발에 있어서 대학원 진학이나 전문 자격증 획득은 나를 업그레이드해 줄 수 있는 가시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주경야독'을 하며 학위를 득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학교 졸업장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기 위해 필요했던 대학 졸업장은 직장 연차가 쌓이는 것과 함께 빛바래져가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벌보다는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 이직을 하면서 올려놓은 연봉이 이를 대변하죠. 직장 생활 10여 년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이전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이루어 냈는지가 학벌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여전히 사회 초년 출발점에서 많은 장점을 가져다주고 좋은 대학을 나올수록 남들 보다 수월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요즘은 좋은 학벌도 프리 패스는 아니기에 학벌로만 나의 커리어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학교 졸업장에도 유효 기간이 있다

자기개발은 지금의 내가 아닌 미래의 나에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귀찮기도 하고 비용이 아까울 수도 있으나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뒤의 내게 더 많은 기회와 보상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먼저일까요, 시간이 먼저일까요?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게 많은 2,30대들의 주된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물가가 오르고 환율도 오르고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상황에서 돈이 먼저인지 시간이 먼저인지 고민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험상 시간이 차고 넘치던 20대에는 돈이 없어서 자유롭지 못했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40대인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가정을 일구고 나서부터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에 정말 시간을 쪼개어 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돈도 중요하고 시간도 중요합니다. 두 마리의 토끼와도 같죠. 하나를 쫓아가면 다른 하나를 놓치게 되고 다른 하나를 쫓아가면 눈앞에 있던 녀석이 도망가는 걸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하라고 하면 저는 시간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시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기회비용입니다. 돈도 시간도 한정된 자원으로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기회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내가 선택하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지는 스스로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삶의 가치와 지향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기회비용의 계산법은 저마다 다르겠지요. 저는 돈과 시간을 비교할 때 반드시 '경험'이라는 요소를 두고 생각합니다. 돈이 주는 경험과 시간이 주는 경험을 현시점으로 환산하지 않고 한 달 뒤, 일 년 뒤, 삼 년 뒤로 생각해 보면 결정이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2009년 12월 겨울, 직장 생활 3년 차. 


다니던 회사가 망하고 월급은 떼였고 통장엔 300여만 원 정도의 돈만 남았었습니다. 당시 혼자 월세집에 살고 있었고 가진 재산이라고는 월세 보증금이 다였었죠. 연말의 들뜬 기분을 느끼기에 제 청춘은 가난하고 불안했습니다. 300만 원을 움켜쥐고 겨울을 날 것이냐 아니면 아르바이트라도 할 것이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걱정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일단 여기저기 이력서를 제출하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직장을 잃은 불안함에 저당잡혀 쓸 수 없을 것 같았던 돈을 지금 아니면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여행을 간 것이죠.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 저는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고 전화위복이 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으며 두어 달 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도 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돈이 아닌 시간을 선택해서 새로운 경험과 시각을 얻었다고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말 좋은 여행이었고 300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져다준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2009년 12월 31일, 그리스 아테네, 해넘이



결국 시간이 금이더라



결국 시간이 돈의 가치로 환산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해진다면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요. 단편적으로 생각해 보면 돈은 빌릴 수 있지만 시간은 빌릴 수 없는 절대적인 자원인 것 같습니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지만 시간으로 돈을 얻기 위해서는 시간이 돈보다 가치가 더 높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민이 많다는 건 그만큼 본인의 삶에 충실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고 더 나은 삶을 지향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끊임없이 탐구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여전히 어둑어둑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기분이지만 방향을 잃지 않도록, 옆 차선을 밟지 않도록 밝혀주는 불빛과도 같은 가족과 친구가 있기에 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고민은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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