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와집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습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처럼 나라와 문화에 따라 쓰는 언어와,
IT 기술이 발전하면서는 컴퓨터와 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까지.
새로운 사회나 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언어는 단순히 의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의도, 문화적 배경, 숨겨진 맥락까지 담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다른 언어를 배우고,
단순 기계식 번역을 넘어 맥락과 뉘앙스를 이해하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구글 번역이 아무리 좋아져도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려고 애를 쓰는 것처럼요.)
‘언어’라고 불리는 건 꼭 모국어나 외국어, 혹은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서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저 같은 직장인에게 또 하나 중요한 언어가 있죠.
바로 '직장어'입니다.
'직장어'란 회사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원활하게 일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업무 요청이나 자료 공유를 할 때 자연스럽게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만…”으로 시작하거나
“바쁘시더라도 확인 부탁드립니다”로 마무리하는 이메일이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시간과 상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표현으로 업무를 원활하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직장어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죄송하면 부탁을 삼가 달라"는 식의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회신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매우 당황스럽고, 황당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하나의 단편적인 우연한 경험일 수도 있지만, 다른 회사를 다니는 지인이나 다른 부서의 동료들과 나눈 얘기로 미루어보면 직장어가 점점 사라지거나 달라지고 있다는 게 확실한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얼마 전 업무 자료를 급히 요청한 타부서의 주니어가 다짜고짜 “ ㅇㅇㅇ 자료 보내주세요”라고만 쓴 메일을 받고는 잠시 불쾌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요청이야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지만, “회의 준비 때문에 급히 필요합니다. 혹시 가능하시다면 오늘 오후까지 부탁드려도 될까요?”라는 말 한마디가 빠져 있었던 것이지요. 마음의 화를 삭이고 결국 자료를 보내주긴 했지만 불쾌한 생각은 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메신저 대화는 특히 더 직설적이 되기 쉽습니다. 특히 요즘 회사에서는 사내 메신저로 업무를 많이 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거 했어요?”와
“이 부분 혹시 진행하셨을까요?”는
같은 질문이지만 받는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후자는 상대의 상황을 묻는 배려가 담겨 있고,
전자는 검사받는 듯한 압박감을 주는 톤이 강하죠.
작은 말투의 차이가 분위기를 달라지게 하는 것이 바로 직장어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의에서 의견을 낼 때도 직장어가 필요합니다.
“이건 틀린 것 같아요”라는 표현보다는
“혹시 다른 접근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부드럽고 우호적으로 들립니다.
같은 내용을 전하더라도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우호적인 회의가 될지,
감정이 상하는 자리로 끝날지가 달라집니다.
그 시간의 분위기는 우리가 내뱉는 말 한마디로 좌지우지 될 수 있는거죠.
누군가는 ‘굳이 그렇게까지 신경 쓰며 피곤하게 예의를 갖춰야 하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작은 말투 하나가 팀워크를 무너뜨릴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이런 속담이 무수한 세대를 거쳐 괜히 내려왔을까요
수많은 속담이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는 오래된 선조들의 경험과 이유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해하려하지 않아도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구요.)
직장 생활은 대부분 팍팍합니다.
일 자체도 벅찬데 그 과정에서 서로 오가는 말까지 차갑다면
매일 회사에서 쌓이는 피로는 배가 되어버립니다
반대로 말 한마디가 따뜻하면 힘든 하루도 조금은 견딜 만해지구요.
요즘 세대 간 갈등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직장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빠르고 효율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세대에게는 형식적인 표현들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효율과 배려는 양립할 수 있습니다.
한 문장 덧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지만,
그로 인해 상대방의 하루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언어 습관이 됩니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수단입니다.
직장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쓰는 “부탁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죄송합니다만…” 같은 말들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효율성이 강조되는 시대라 해도,
직장어는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될 중요한 소통 방식입니다.
말 한마디가 조직의 분위기를 만들고, 팀워크를 다지고,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동료에게 메일을 쓰거나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낼 때 잠시 멈추고 충분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직장어를 잘 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