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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Sep 17. 2017

사진은 누가 찍느냐가 문제이거늘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060

많은 분들이 나의 미러리스 사용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하실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작고 가볍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 취미로 사진을 즐기기에 이만한 카메라도 없다.  600mm 망원 렌즈를 달고 갑자기 조류 사진을 찍지 않는 이상, 지금 보유하고 있는 몇 개의 단렌즈와 줌렌즈로 너무 재미있고 충분하게 즐길 수 있다.

나와 비슷하게 취미로 즐기는 사진가들 중에 카메라에 대한 여러 오해들을 사실로 믿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좋은(비싼) 장비가 좋은 사진을 만든다


거기에 각 카메라 브랜드의 특성(특히 색감?)들을 더해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극단적인 예로서 이런 것이다. 라이카는 라이카만의 감성이 있다. 캐논은 인물사진이 잘 나온다. 풍경에는 쨍한  니콘이다. 심지어 디지털카메라와 비교가 되면서 아날로그의 감성, 필름 카메라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이야기까지 범위가 끝도 없이 범위가  확장되더라.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 나의 생각은 지금도, 앞으로도 늘 이럴 것이다. 

어떤 장비를 사용하든, 당신 사진은 항상 당신 사진다워야 한다고...

혼밥 / 올해 초, 나의 사진 다움을 느꼈던 사진이다

어디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지는 모르겠다. 전부 틀린 이야기라고 쉽게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취미로 즐기는 사진에서의 그런 차이에 의해 방황(?)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까? 오늘은 그런 오해를 벗어주십사하는 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사진은 피사체만 담으면 끝이다?


피사체를 담는 것은 사진에 있어서 단지 시작일 뿐이다. 절대 완성이 아니다. 사진은 창작의 활동이다. 피사체를 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 세 가지 단계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필요하다. 이 과정 없이 그저 셔터를 누른다면  그냥 그 피사체가 있는 사진이 된다. 아름다운 피사체를 찍으면 아름다운 사진이 될까? 천만의 말씀. 내 경험상 사진에 대해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사진가라도 아무 생각 없이 피사체를 담으면 아무 생각 없는 사진이 찍힌다. 오해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지금 눈앞에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아름다움이 머릿속이 막 그려지기 때문에 저 방향으로 셔터만 누르면 될 거야!!!

절대 머릿속의 이미지처럼 아름다운 사진 나오지 않는다.

여름 우표 / 우포를 촬영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피사체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다운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


아름다운 사진을 위해서는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촬영의 과정을 동반한다. 우선, 밝기(노출)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인가? 각도는 어디가 좋을지? 조금 더 멀어질까? 다가갈까? 카메라를 지면으로 좀 더 내려보면 좀 더 웅장해 보이지 않을까? 조리개를 조여 좀 더 멀리까지 선명하게 담으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초점은 어디에 맞추지? 완전히 다가가서 저부분을 프레임에 꽉 채워볼까? 주변이 지저분한데 청소를 하고 찍을까? 뒤쪽에서 담아보면 어떨까? 역광을 찍어볼까? 뭔가 외롭고 쓸쓸함을 표현하고 싶다. 아름다움에 약간의 상처가 느껴진다.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행동으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수 과정이다. 끝도 없는 생각과 고민의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아름다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자비의 칼날 / 어떤 감정을 담을 것인가?


카메라가 알아서 다 해준다?


카메라 기술의 발달로 초점 잡기가 매우 쉬워졌다.라고 모두들 생각한다. 얼마큼 쉬워졌을까? 인물을 담을 때 보통 눈에 초점을 잡고 촬영한다. 삐빅~ 찰칵~!!! 그런데 피사체가 안경을 착용하고 있을 때에도 정확히 눈동자에 맞을까? 눈에 초점을 맞추는 기능이 들어가 있는 카메라도 있지만 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는 안경 렌즈 빛의 반사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눈동자가 아닌 안경 렌즈 혹은 안경테에 초점이 맞는 경우도 많이 있다. 조리개를 개방해 심도가 얕을 경우 눈동자에 초점이 맞지 않는 실수가 생긴다. 즉 이런 경우 순발력 있게 렌즈를 MF로 바꾸고 수동 초점으로 촬영해야 정확히 눈동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브런치 작가이신 혜류님의 Portrait #1
브런치 작가이신 혜류님의 Portrait #2

초점은 기계가 완벽하게 알아서 해주는 것이라고 믿는 순간  자신의 실수는 보이지 않고 카메라 혹은 렌즈 탓을 하게 된다. 어디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도 당연히 사진가의 몫이다. 카메라에 초점 영역이 대한 여러 옵션들 (와이드, 존, 센터, 등등)이 있지만 그것을 맹신하면 본인의 의도와는 다른 곳에 초점이 맞을 확률이 높다. 본인의 의도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카메라의 기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초점만 예를 들었지만... 조리개, 셔터스피드, 감도... 모든 요소들이 사진가의 의도가 우선한다.

듀안 마이클에게 바침

현재 본인의 장비에 한계를 느끼거나, 신제품에 목말라 기변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실행에 옮기기 이전에 본인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첫 번째 컷에서부터 마지막 컷까지 한 장씩 Review 해보시길 권해드린다.


어떤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는지?

담겨진 메시지가 무엇인지?

무슨 의도로 그곳에 초점을 맞췄는지?

왜 이 사진은 이상하게 보이는지?

본인의 사진이 남들과 다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 내보도록 하자. 만약 이런 질문에 답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여러 면에 있어서 잘 정리된 본인만의 사진을 많이 발견한다면 장비 바꿀 필요 없다. 현재 장비가 본인에게 최고의 장비다.

반대로 어떤 대답도 찾을 수 없고,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면 이 역시 장비를 바꿀 필요 없다. 왜냐하면 장비를 바꿔도 똑같은 사진을 찍을 테니까 말이다.

사진은 무엇으로 찍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누가, 어떤 의도로 찍느냐의 문제다.


역시, 사진은 당신이 찍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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