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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의귀인 Jul 20. 2023

열 두번째 온라인 사진전을 열다

그래 봤자, 직딩의 사진 #106

Psychedelic Tokyo

Prologue


사건의 지평선 / Event Horizon

신주쿠, 가부키초 광장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 있다. 외지인들의 걱정 반 호기심 반 여러 눈빛과, 대수롭지 않은 듯 아이들의 평온한 태도가 충돌한다.


난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나에게 한 친구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여기에서 왜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느냐는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항의다. 내 대답은 단호하다. 나는 너희들이 누구이고, 어떤 과거나, 사연으로 여기에 있는지 전혀 관심 없다. 사진으로 일본의 사회적 문제를 고찰하거나 너희들에 대한 동정심 혹은 악의적인 감정이입으로 너희들의 틱톡, 일상을 붕괴시킬 의도 없다. 공공장소에서 미성년자의 스트제로(술)와 흡연에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 너도 나의 사진 작업에 이의를 제기하지 마라. 나는 사진 촬영이 일상이다.


시간이 흘러 응급 구조대가 도착했다. 긴박하게 소녀를 구호를 하는 가운데, 주변의 분위기는 기이하리 만치 안정적이고 흐트러짐이 없다. 얼마 전 구급대원들을 거부 격한 몸싸움이 있었다는 소식을 알기에 큰일이 일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깃털 수준의 동요조차 없 고요함만 있었다.


주도하라 / Just lead it

나의 흑역사, 타인의 눈과 입을 심하게 의식하면 작업하던 때가 있었다. 실패와 경험치가 쌓이고 그 역치값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내 사진이 스믈 스믈 나다. 타인이 나에 대해, 내 사진에 대해 어떤 눈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게 되었다. 스스로의 선택과 방향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사진은 매우 능동적인 활동이다. 자신의 롤모델을  답습하고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수동적인 사진 작업을 하게 된다. 자신의 것, 본인이 없어지는 거지. 피사체만을 쫒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피사체의 이야기만 남게 된다. 그리고 구차하게 사진을 설명하게 된다. 참으로 어리석게 정의된 자신이 된다. 당신만 모다. 타인과 타인의 사진에 끌려다니지 마라. 사진을 주도하라.


토요코 키즈/ Toyoko kids

열두 번째 온라인 전시회의 배경은 도쿄다.  사진의 본질은 장소의 의미가 중요하지 다. 장소가 변한다고 내가 달라지지는 않 때문이다. 11회 전시에서 언급한 대로 psychidelic 주제를 이어나가고 촬영 시 휘발성으로 떠오른 메모를 모아 부제를 연결했다. 무자비하게 셔터를 눌러댔다. 당연히 여러 번의 충돌이 있었고 지우고 버리고 다시 주워 담았다. 끝까지 버텨서 생존한 사진들이다.


토요코 키즈 (トー横キッズ)라고 불리는 가부키초 토호 시네마  미성년자 사진이 많다. 드러내야 할 것과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최소한의 균형을 유지한다. 사진 하는 자의 '윤리' 이런 거창한 단어가 아니더라도, 카메라를 든 이상 최소한의 예의를 고민하는 과정이 내 사진을 성장시킨다. 그 아이들이 누구, 왜 거기 있는지 보다 내가 셔터를 누른 이유를 즐겨주길 바란다. 미세한 점에서부터 넓은 크기의 면적에 이르기까지 아우른다. 2023년 6월, 나의 Tokyo를 네 가지 수수께끼 시각화한다. 나의 지금, 도쿄의 단층이다.


현재를 음미하라 | 재의 귀인 | 2023, 7, 19


PART I    미분 / derivative

어떤 각도에서 도달했으며, 어떤 각도를 지향하는지에 대한 내 시각 소자의 기울기



PART II    도발 / provoke

시끄럽다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PART III    모피어스 / Morpheus

길을 아는 것과 가는 것은 다르다 그냥 바라만 보겠는가?



PART IV    적분 / integral

시간은 없는 것이다 수많은 삶의 면적이 지금 있을 뿐



Epilogue


SNS에는 글로써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데, 그날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장문(?)의 넋두리 쏟아냈다. 알코올 때문이라고 변명을 해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 다음날 지울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나중에 그 글을 다시 보면 피식 웃겠지.


걱정이 되었는지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도움을 준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사진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몸과 마음이지만 갑작스러운 불편함이 끝에 도달했던 것 같다. 어차피 사진은 혼자 하는 건데 옆에 누가 있어봤자... 아니, 있든 말든 그냥 관계의 스위치를 Off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한국을 떠났다.


무엇인가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꾸준하게 보충해야 한다. Output과 Input을 평행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방문자수도 몇 명 안 되는 온라인 전시를 꾸준하게 하는 것도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늘 주장하지만 내 사진은 예술의 범주가 아닌 기록이고, 시각적으로 찰나의 순간 소비되면 그만인 이미지들이 전부다. 각 PART에 부여된 부제들을 설명하기 위해 사진이라는 도구를 이용할 뿐. MRI가 신체를 단층 촬영하듯, 이 시대를 단층 촬영하는 것과 같다. 다만 공간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이번 전시에서의 '신선함'은 과거 전시와는 다소 다른 점일 수 있겠다. 스스로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에너지 보충 차원에서 긍정적이고...


전시를 준비하려고 이것저것 고민을 시작하니, 다시 생각과 말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내가 사진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이 '말'이지 않은가! 입 닥치고 사진에 몰입하자.


전시 관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년 초에 2021~2023 사진들 모아서 두 번째 사진집을 내볼까 한다. 사진은 종이의 맛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더운 여름 건강하게 하루하루 잘 버티시길. 2024년에 다시 봅시다.


재의 귀인 | 권장윤



링크를 통해 도쿄의 지금과 마주하십시오.
www.beyondfram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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