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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Nov 04. 2024

말 없는 말

말 없는 말,

말 없는 말로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들은 듣질 못한다
말 없는 말로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들은 말을 하라 한다
말 없는 말로 있으니 난 정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말 없는 말을 포기하려니 나는- 내가 죽는다
내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무수한 말들 속에
도저히 난 하나의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잡지 않은 채로 모든 말을 꽉 안고 담고 있었는데
말 없는 내 말이 계속 시끄럽게 네게 속삭이고 있었던 것인데
속이 상해 울었다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내 세상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쉽게 말을 뱉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울고 나니
나도 하나는 알고 또 하나는 몰랐던 것임을 알았다

그러니 소통을 하고 싶거든
나는 나의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
용기를 내어 물어야 한다

"말이 참 많은 내게, 떠돌아다니는 말을 고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하나를 고를 수가 없어. 나는 사실 생각이 정말 많은 사람이거든. 말 하나는 너무 커. 질문 하나는 너무 커. 더 좁혀줘, 더 좁혀줘."

그러다 만났다.

"넌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비상한 교만함은 네 용기를 빌미로 타오를 준비를 마친, 내 말의 용기를 스스로 꺾고 있었다는 것을. 이 벙어리는 내가 그동안 만들어온 벙어리였다는 것을.

너의 고집에 반문하며 묻는다.

-
"그러니까 정말 '내 말'이 듣고 싶은 거야? 아님 네가 듣고 싶은 말은 뭔데? 내가 '진짜' 내 말을 하면 넌 그대로 들어줄 거야? 들을 용기도 없으면서. 내 진짜말을 색칠해서 들을 거라면 굳이 하지 않겠어. 그건 어차피 이미 내 말이 아닌 걸? 내가 겪어온 세계의 99프로는 그랬거든."
-

죽어있던 세계에서 난 네 용기를 빌미로 내 용기를 교환하고. 우리 서로 허공을 맴도는 대화만을 선택하며 살아왔구나. 결국 오로지 그의 말. 그러나 듣는 내가 없기에 허공. 허공. 말 없는 말의 구멍. 포기.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1의 세계를 덮고 그냥 만나보는 거야
알겠어 알겠으니
중간에서 우리 만나자!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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