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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Sep 02. 2022

지리산

2005년 7월 15일~ 18일 동안 지리산을 다녀왔다.


 산이라고 하면 정말 지겨운 동네에서 20년 동안 살아서인지 별로 산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었다. 물론, 그만큼 산에 대한 지겨움과 식상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지리산도 유명한 산이긴 하지만 뭐... 별  있겠냐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용산에서 출발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그냥 적당히 걸어주고 사진도 찍으면서 즐기면서 올라야지’라 생각했다.


용산에서, 10시 20분, 밤기차를 타고 구례라는 곳에 새벽 3~4 사이에 도착했다.  기차엔 친구들끼리, 가족들끼리, 아님 혼자서 가는 사람들 기타 등등 많은 사람이 탔다.'역시 메이커 산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군.'하고 생각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성삼재까지 가려고 했는데.. 택시기사들의 호객행위에 넘어가 택시를 타고 성삼재까지 갔다. 그렇다고 택시기사가 바가지 씌운  아니다.  조금  주고 편하게   사실이니깐. 성삼재까지 올라가는 길이 태백 가는 길만큼 험했다. 꼬불꼬불...


이제 성삼재에서부터 우리는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노고단까지 가니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침을 라면으로 때우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연하천까지 정말  맞으면서 엄청 힘들게 걸었다. 가도 가도  산은 끝이  보인다. 어떤 계단이 있었는데, 정말 이거 끝이 없는  알았다..


그러더니 연하천 산장이 나왔다. 드디어 점심을 먹을  있었다. 카레와 김치찌개를 해서 먹었는데... 이거 완전 유격이나 혹한기 때가 생각났다. 그냥 땅에 앉아서 셋이서 카레에 밥을 비벼 먹는데.. 거지가 따로 없었다. 그래도 밥이 그냥 꿀꺽꿀꺽 넘어갔다. 잔반 없이 깨끗이 해치워버렸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산행 최고의 요리 시작이었다. 그리고 참외  깎아먹고... 반달곰이 있어서 반달곰 조금 구경하다가 누워 잤다. 자고 일어나니 2시쯤에 태규 형이 가자고 깨운다. 그래도 먹고, 자니 체력이 조금 회복됐다.

멀리 야생 반달곰


 끝없는 산행의 시작이다. 일단 목표는 벽소령 산장까지.. 정말 멀었다. 비까지 와서 쉬지도 못하고 정말 죽도록 걸었다. 산이 사람 잡는 줄 알았다. 아니 ‘산이 우리 같은 아마츄어는 거부하고 있다 생각까지 들었다. 산은 역시  취향이 아니라는  산을 타면서 내내 느꼈다. 다시는  근처도  와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어내려갔음 했다.


 맞으면서 죽도록 걸으니, 벽소령이 나왔다. 새벽 4시에 성삼재에서 출발해 저녁 5시 30분쯤에 벽소령에 도착한 것이다. 하루 종일 산을 타다니,  금방 올라갔다가 내려올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금씩 지리산에 대한 감이 잡혔다. 아무튼 우리는 벽소령 산장에서 저녁을 먹고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벽소령 첫인상은 목장의 분위기였다. 우체통도 있고 깔끔했다. 저녁은 그야말로 스페샬로 먹었다. 태규 형이 고기도 가져와서 고기에 소주도 먹고 나의 김치참치찌개의 맛은 점점 좋아졌다. 피곤하니 술이 금방 취한다. 걸을  산이 정말 싫었는데 이렇게 먹고 노니  좋아졌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산은 어쩌면 우리의 이런 간사한 마음을 까발리고,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이제 산장에서 잠을 자야 하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예약했던 사람이  오는 바람에 산장에서   있었다.  먹은대다 피곤하니 금방 골아떨어졌다.

벽소령 대피소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몸이  말을  듣는다.. 무릎도 욱신, 발목도 당기고, 종아리는 금방이라도 쥐가 날듯 했다. 그래도 이왕   정상에 가려고 했다. 근데, 은미가 마침 몸이  좋다길래, 그리고 날씨도  좋아서 하산하기로 했다. 천왕봉까지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도 몸이 만신창이가 된지라 어여 산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벽소령에서 아침을 먹고 의신(하동) 쪽으로 내려갔다. 근데,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올라온 것만큼 내려가는 것도 끝이 없었다. 그래도 내려간다는 즐거운 마음에 사진도 찍고, 재미있었다.


드디어 산에서 벗어났다.  기분이란 ‘아마도 2년간 복무하고 전역하는 전역자의 기분과 같지 않을까 끝없는  속에서의 어려움.. 끝이  보일  같지만, 결국은  끝에  있을 때... 해방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산에서의 추억과 더불어 아쉬움이 남았다. 내려와서 계곡에서 머리도 감고 산에서 벗어나 문명 속으로 다시 돌아갈  나는 이중적인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 어디에 있든 만족 못하고 다른 어딘가를 동경하는 일종의 보바리즘... 인간은 혹은 나는 어쩔  없는 존재인가 보다....


이렇듯 이번에 나의 지리산 종주는 벽소령에서 멈췄지만,,, 끝이 아님을 알기에..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리고 다음번엔  천왕봉까지 가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했다. 산은 오르는  짜증 나고 다시 내려올 것을 생각하니   오르는지 의아해했다. 근데, 이번 지리산은 사람들이   힘든 산행을  하는지 알려주었다.


그건 추억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번에 지리산에서 만든 추억, 지리산의 기억들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시 산을 찾는 것이다. 또한, 지리산은 일반인에게 힘들다. 이성친구랑 오면 100% 깨질 거라고 은미랑 농담도 했는데, 그건 산을  넘었을 때의 경우고, 산을 정복했을 때는 100% 이성친구랑 결혼까지   있을 것이다. 그건 앞으로의 힘들고, 어려운, 고된 일을 헤쳐나갈 축소판의 체험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산에선 우리는 가식도 사라지고, 힘든 상황 속에 본성도 나오며, 서로 솔직해지고, 자연스러워지며, 산의 일부가 된다.  모습을 서로 보고 있으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있을까!


특히, 지리산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산이다. 때 묻지 않고, 산속에 동화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찾는 산이다. 여기선 모든 것이 평화롭다.


이번 여름엔 바다보다 산에  정이 간다... 그렇다고 바다가 싫다는  아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아니.. 내 마음이란...

산이라면 질색을 하던 사람도 산을 좋아하게 만드는....

알 수 없음... 표현 불가능... 나로서는...

나는 언젠간 다시 지리산을 찾을 것이다. 그때 다시 산이 싫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없이 그립다.


나의 그리움 속에 있는 ...

바다 태양 ..


성삼재--->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 연하천----> 벽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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