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팀과 간차진대(간단한 차 한잔, 진지한 대화) 4번째 팀 'menTory'! 권기효(대표)과 조홍준(디렉터) 두분을 만나보았습니다. menTory는 프로젝트 그룹에서 교육부 산하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을 가진 팀입니다. 농산어촌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농산어촌의 다음세대와 함께 새로운 농산어촌다움 menTory팀을 소개합니다.
Q. menTory팀을 소개해주세요!
A.
menTory는 농산어촌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지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동네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93명의 청년들이 함께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입니다.
Q. 그렇다면 menTory팀이 가진 문제 의식은 무엇인가요?
A.
"왜 농산어촌 청소년들은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을까?"
본질적인 저희의 문제의식은 "왜 농산어촌 청소년들은 지역을 떠날 수 밖에 없을까?"였어요. 사실 농산어촌의 청소년들이 쉽게 지역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희가 만난 대부분의 친구들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때, 지역을 떠날 생각보다 '우리 동네에서 무엇을 하며 살지?'를 먼저 생각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면 공부하기 싫어서 딴 짓 한다는 말이 되돌아오니 고민의 깊이가 깊어지지 않고,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도 상상할 수 없게 되죠. 저희는 이런 지점들을 문제로 생각했고,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지역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함께 시도하면서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처음 저희가 농산어촌 청소년들을 만날 때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지역은 주목받지 못한 변방으로 인식되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소멸위험지역이 생기면서 도시의 대안으로 뜨고 있어요. 이처럼 지역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가 생기면서 새롭게 고려하게 된 문제의식이 있어요. 바로 지역 소멸 위험의 발생 원인을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예요. 그러면 결국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은 청년이 되면 지역을 떠나고, 그로 인해 지방 소멸 위험이 계속 생기는 것으로 보게되겠죠. 청소년들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서 지역을 떠나는데, 어느 순간 지역을 버린 청년이 되었고 지역 소멸을 가속화 시킨 개인이 된거죠. 저희는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살 수 없게 만드는 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 <카카오임팩트, 100up 문제정의> menTory, 농산어촌 청소년 "우리 동네에서 어떻게 살 수 있나요?"
✔️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권기효 대표,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진짜 이유'
Q.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련의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A.
지역 내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 기획
저희는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변방은 그 지역만의 색깔을 살려 할 수 있는 일과 유익한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역에서 어중간하게 수도권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가서 하다 보니 우리 동네는 역시 안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지역에서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했죠.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취향을 파악
그러나 농산어촌 청소년은 하고 싶은 걸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준 적도 없었기 때문에 매일 와서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하더라고요.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은 없기에 제3자가 청소년들의 취향을 발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생 언니, 오빠와 함께 지역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청소년들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죠. 고등학생 청소년 크루 3명, 대학생 크루 2명이 한 팀이 되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면서 여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었고, 저희는 그것을 기록했어요. 1년 중 20주, 대학생의 방학과 시험기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친구들을 만나러 내려갔고, 그러다보니 마음의 문을 열더라고요. 3개월치 대화 기록을 모아보니깐 친구들이 하고 싶은 일과 관심사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대학생 크루 안에서 회의를 통해 역으로 청소년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합니다. 이렇게 친구들과 오랜 시간 관계를 맺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menTory가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싶다면?
✔️ 브런치: <온더레코드> 농산어촌에서 만드는새로운 배움의 공식
✔️ 인터뷰 기사: <주간조선> 지역청소년 지역에서 살아남기 권기효 멘토리 대표의 도전
<더나은미래10> [청년협동조합-③Mentory] “농어촌 아이들에게 다양한 삶의 선택지를”
Q. 청소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많을 것 같아요.
A.
menTory의 가능성을 확인한 강화 갯벌 영화제
menTory가 프로젝트 그룹 때는 아이들과 부딪치면서 상황에 맞추어 준비해 갔다면, 사회적 협동조합이 된 이후에는 저희가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의 프로세스를 거쳐 '강화 갯벌 영화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어요. 이틀간 영화제를 진행했던 터라 그 당시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영화제를 다 끝내고 준비 기간 동안 자주 갔던 카페에서 크루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을 때 울컥하더라고요. 그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도전했지만 결과물을 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영화제를 통해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하겠다는 생각과 내년에는 강화에서 좀 더 발전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해냈다'라는 성취감과 '이게 진짜 가능하구나'라는 가능성을 발견해서 보람도 느끼고 자신감도 얻었죠.
Q.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나요?
A.
강화에서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에 영화제를 진행했고, 올해 여행사를 만들어 보려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연기된 상태예요. 강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역사의 고장, 우리의 수호, 고려의 수도가 나오는데 아이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고루한 브랜딩인 거죠. 아이들이 생각하는 강화의 강점은 서울과 가깝고, 바다, 산 갯벌 모든 자연을 갖추고 있는 것이기에 힙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 했어요. 기존 강화 여행 코스는 너무 식상하고, 다른 목적으로 여행을 와도 모두가 같은 명승지, 유적지를 가기 때문에 강화만의 특색을 살린 여행사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죠. 그래서 친구들이 강화 지역 사람들의 스토리를 살린 여행상품을 제작하고 큐레이션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강화에서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역에서 데이트 했던 장소들을 인터뷰 했고요. 그리고 강화는 대부분 차로 여행해서 버스를 타고 여행할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버스를 운전하신 기사님들만이 알고 있는 스팟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동네 1번 버스를 30년간 모신 기사님을 인터뷰해서 새로운 장소들을 발굴했죠. 마지막으로 강화에 작은 책방에 5개나 있어요. 책방들을 중심으로 북스테이 코스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Q. 프로젝트 그룹에서 사회적 협동조합까지 다년간 쌓인 내공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그동안 저희에게 비영리 활동가로서의 마인드가 갖춰져있지 않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아직도 활동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청소년들과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싶어요. 그래서 “비영리 활동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비영리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지난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비영리 기관으로서 저희가 갖춰야 할 시스템과 포지션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이번 인큐베이팅 사업이 많은 의미가 있었겠네요. 그렇다면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menTory팀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하고 있나요?
A.
저희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지금까지 해온 활동을 정리하고, 알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어요. 현재 menTory는 앞으로 할 일에 대한 문서화, 기존에 해 온 활동에 대한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한 고민들을 정리해서 가기 보다 아이들과 만나 부딪치면서 인사이트가 생기고, 아이디어가 덧붙여져 상황에 따라 계획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문서 정리는 각자가 필요에 의해 쌓아가는 수준이었는데, 이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작은 모습으로 이쁨을 받기도 하고 저희를 알아봐 주시기도 했지만, "menTory가 뭐 하는 곳인데?"라고 하면, 다들 잘 모르시더라고요. menTory를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 개설도 준비하고 있고요. 내부적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menTory팀이 꿈꾸는 사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한국형 교육 모델을 통한 교육격차 해소
고정된 캠퍼스나 건물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배우는 스페인의 MTA(몬드라곤 팀 아카데미), 미국의 미네르바 스쿨처럼 한국형 교육 모델을 만들고 싶어요.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교육 모델로 불릴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도 농산어촌이라고 하는 곳이 100곳이 넘기 때문에 우리는 100가지가 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해외 교육 모델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농산어촌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으로 한국형 교육 모델 100가지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교육격차라는 말도 필요 없이 각 지역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고, 지역의 강점을 살려 잘 갈고 닥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꿈꾸는 사회에요.
개인적으로 청소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menTory와 인터뷰가 기대되기도 하고, 오랜 시간동안 이것저것 많이 질문했었는데요. 인터뷰를 하면서 '과정'을 중요시여기는 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미 정해진 커리큘럼에 청소년을 무조건적으로 따르게 하는 접근방식 보다 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시간부터 전 과정을 청소년과 함께 완성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청소년들과 함께 만들어갈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