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철호 Oct 21. 2021

주름진 신발

주름진 신발



버려야 되는데 버리지 못하는 맘으로

낡은 신발을 바라본다


많은 곳들을 같이 하며

수없이  접혔던 거친 자취들

내 발에 가장 편하게 만들어진 이때

버려야 한다는 것이 

깊게 파인  그 주름들이 

몹시도 안타깝다


버려야 되는데 버리지 못하는 맘으로

낡은 신발을 바라본다




새 신발이 발에 맞기까지 

수없이 접혔다 펴졌다 하면서 만들어지는 주름.

많은 물집과 굳은 살을 만들겠지만 건성으로 만들어진 주름은 없다.

덕분에 주름은 발을 편하게 만들고 나를 나답게 걷게 해 준다.

사는 것도 그렇다.

사람으로 살면서 자글자글한 웃음꽃도 피워보고

사람을 사랑하면서 깊은 눈물 고랑도 내보면서 만들어지는 주름은 

선명한 내 모습이고, 자연스럽고 편한 현재의 내 얼굴이다. 

그러나 이것을 알 때쯤은 

낡은 신발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담쟁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