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되는데 버리지 못하는 맘으로
낡은 신발을 바라본다
많은 곳들을 같이 하며
수없이 접혔던 거친 자취들
내 발에 가장 편하게 만들어진 이때
버려야 한다는 것이
깊게 파인 그 주름들이
몹시도 안타깝다
버려야 되는데 버리지 못하는 맘으로
낡은 신발을 바라본다
새 신발이 발에 맞기까지
수없이 접혔다 펴졌다 하면서 만들어지는 주름.
많은 물집과 굳은 살을 만들겠지만 건성으로 만들어진 주름은 없다.
덕분에 주름은 발을 편하게 만들고 나를 나답게 걷게 해 준다.
사는 것도 그렇다.
사람으로 살면서 자글자글한 웃음꽃도 피워보고
사람을 사랑하면서 깊은 눈물 고랑도 내보면서 만들어지는 주름은
선명한 내 모습이고, 자연스럽고 편한 현재의 내 얼굴이다.
그러나 이것을 알 때쯤은
낡은 신발 같은 신세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