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을 걸으며
산허리를 에둘러 함께 걷다 보면
느려진 걸음이 손을 잡게 한다
계절의 품에 안겨 단풍처럼 물들고 싶은 날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산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산마루까지 가지 않아도
산의 깊이가 들여다 보이듯
지나온 삶도 에둘러 걸으니 그대의 마음이 보인다
같이 걷다 보면 마음이 편해서 속도를 잊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나도 그 사람에게 순한 사람이 되어 그 길을 같이 걷고 싶다.
이젠 삶이라는 큰 산을 가파르게 오르는 것보다
마음의 방향을 따라 에둘러 먼 길을 가더라도,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관계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