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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Apr 11. 2024

대기업 신성장동력 발굴이
어려운 이유 2.

시너지에 대한 착각

대기업 신성장동력 발굴이 어려운 이유 2. 시너지에 대한 착각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시너지’라는 표현은 주로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사업간에 공유되는 점이 시장에서 장점이 되어 경쟁을 이겨내고 고객들로부터 각광을 받게 되는 이유가 될 때 사용을 한다. 쿠팡이 유료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에게 OTT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OTT 회원도 낮은 획득 비용으로 늘리고 쿠팡 쇼핑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충성도도 높이는 것이나 애플이 뛰어난 연계성의 에어팟을 내놓아서 아이폰 유저들을 붙잡고 에어팟 자체도 50조원이나 되는 매출의 신사업이 되도록 만든 케이스가 대표적인 사업간 시너지의 예시일 것이다. 


이 시너지라는 현상에 대해 경영학에서 설명하는 원리는 ‘규모의 경제’다. 규모의 경제라고 하면 보통 제조업체들이 일정량 이상 생산, 판매하게 되면 고정비를 좀 더 많은 생산품에 나누게 되어 각 제품별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경우를 떠올릴 것이다. 이게 원래의 뜻이 맞다. 

   

기업이 신규 사업을 시도할 때 당연히 기업체는 기존에 자신들이 보유한 유무형의 경영 자원을 활용해서 신사업을 하려고 한다. 기존의 시설이나 설비를 활용하면 초기 고정비를 낮춰서 신사업이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쉽고, 기존 시설과 설비의 가동율이 올라가서 기존 사업도 혜택을 보게 된다. 기존과 신규 사업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신규 사업은 높은 생산성으로 사업을 출발하게 되고 기존 사업도 기술과 노하우를 더 발전시킬 계기가 생긴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관계에서 보듯 경영자의 인지도와 경영능력 같은 자원이나 회사의 브랜드 등도 당연히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 나눠서 사용하는 경우 1+1이 2를 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제조업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가 좀 더 추상적인 형태로 이종 사업간에도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시너지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공유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 기존과 신사업 모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시너지는 많은 경우 공상이었을 뿐 실체화되지 못한다. 만약 이 시너지라는 것이 이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무조건 발생한다면 대기업들의 M&A 중 60% 이상이 실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고, 매번 새로운 경영자가 취임할 때마다 일성으로 외치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말이 그저 허무한 선언에 그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신문기사를 찾아보면 삼성전자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20여년 전인 2000년대 중반에도 외치고 있었지만 그 뒤로 20여년 동안 추가한 규모있는 신사업 포트폴리오는 하만을 M&A한 전장부품 사업 뿐이다.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과거 2년 사이 500대 기업 중에서 70% 이상이 시도했다고 이야기된다. 그렇지만 이 무수한 시도 중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AI 의 사례같은 확실한 임팩트를 만든 국내 기업 사례는 아쉽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실은 아주 단순하지만 매우 뼈아픈 진실을 알려준다. 시너지라는 것은 발현 조건이 갖춰져있다고 해서 무조건 발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고,  이 말은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어야 도전한다”는 대기업의 통상적인 신사업 접근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시너지’를 필수 조건으로 해서 신사업에 접근하는 것은 ‘연관 확장 (Related expansion)’ 이라고 한다. IMF 이전 우리나라 기업들이 문어발처럼 아무 사업이나 모두 뛰어들었다가 이후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되면서 신사업을 나갈 때는 기존의 사업과 시너지가 명확해야만 나가는, 연관 확장만을 선택하게 된 것이고 이를 정답으로 여겨 왔다. “우리가 그 사업 나가면 잘할 수 있어?”라는,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경영진의 질문이 이 의미다.  


분명 대기업에는 수많은 경영 자원이 내부에 있어서, 어지간한 신사업이라고 하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이 이미 갖춰져 있는데도 실제 신사업 진행 단계에서 발현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시너지에 대한 착각 또는 잘못된 기대가 있다는 의미일텐데, 당연히 경영진이 현실 파악을 못해서라는 식의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두 업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실패하는 비율이 성공보다 훨씬 높게 나온다면 단순히 경영진의 무능력이나 무책임 이외에 시너지와 관련된 구조적인 이슈가 있다는 뜻이다. 


시너지와 관련해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경영진의 창업가 정신 문제, 복잡함의 이슈, 그리고 산업간 업의 본질의 차이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대기업의 경영진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하고 경험많은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경험, 특히 경영자로서의 경험은 많은 경우 해당 산업에 기반했고, 이미 많은 것을 갖춘 대기업의 포지션에 기반한 경험들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신사업의 경우 그 산업 자체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아서 사실상 스타트업 창업자처럼 저돌적으로 밀어붙여야 하거나, 기존 플레이어들이 많은 곳에 들어가는 도전자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갑 회사에서 생활 하던 사람이 을 회사로 옮기게 되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 것처럼 대기업의 신사업 담당 임원들이 아무리 신사업에 덤빈다고 해도 대기업의 편안하고 우아한 삶의 형태를 가진 채 덤비게 된다. 기존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과 다른 시각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고, 때론 대기업의 입장을 완전히 포기하고 신입처럼 일을 해줘야 하는데, 이런 식의 창업가 정신을 대기업 신사업 담당 임원에게 요구하는게 많은 경우 무리다. 그럼 이와 관련해서 신사업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기업은 결국 최고 경영자가 이를 자기 일처럼 덤벼드는 경우들이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신사업을 진두지휘 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월급 받는 생활을 너무 오랫동안 해온 사람에게 신사업을 맡기는 것보다는 훨씬 더 올라가게 된다. (외부에서 크게 성공한 인력을 데리고 와서 덜컥 신사업을 맡기는 경우나 젊은 자녀에게 사업 물려줄려고 2세에게 신사업을 시키고 그 밑에 전문가를 붙여주는 모양새도 중견 기업 단위에서 많이 보는데, 전자의 경우엔 그냥 외주 또는 성공보수 개념에 가까워서 사업의 가능성이 좀 보이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고 후자의 경우엔 제대로 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10대 그룹 정도의 대기업이 되면 이런 사업을 그룹내 여러 계열사가 지원해서 성장시켜내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이를 그룹사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이나 시너지라기 보다는 기존 계열사의 수익을 새로운 신사업으로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냥 승계를 위해서만 하는 무의미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기존에 보유한 자원을 한 곳에서만 쓰지 않고 다른 곳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일타이피처럼 느껴지겠지만, 많은 경우 이 자원을 둘러싼 운영의 복잡성이 크게 증가된다. 대기업 공장의 가동률이 낮을 경우 이 라인을 활용해서 신규 제품을 생산하면 원가도 절감되고 좋겠지만, 자칫하면 제품을 바꿀 때마다 라인을 정리하고 세팅을 바꾸거나 인력을 재배치해야 해서 시너지가 나지 못하고 규모의 폐해가 나타나게 된다.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무리하게 할 경우 여러 업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해낼 수 없게 되는 것과 유사하게 조직에서 복잡성의 증가는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나마 설비나 시설 등 하드웨어적인 것들은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법이 나오지만 인력들의 집중력 부족이나 브랜드 가치의 충돌 등이 생기면 기존 사업의 성과도 흔들리고 신사업은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세번째로 생각할 것은 업의 본질의 차이 문제다. 가령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은 둘 다 반도체 제조가 중심이 되는 사업이니 두 사업간의 시너지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이야기된다. 하지만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TSMC의 실적이나 시장에서의 평가를 비교해보면 과연 두 업이 유사한 업이 맞는지 매우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반도체 제조니 똑같은 업이라면 전세계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수율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도 상당한 성과, 최소한 TSMC와 견주어도 쉽게 밀리지 않는 정도의 성과는 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TSMC는 매년 매출을 갱신하며 승승장구하는데 반해 삼전의 비메모리 사업부는 초대형 고객사가 부족해서 적자에 시달리는 것으로 이야기 된다. 삼전이 애플 등의 대형 고객사의 모바일 부문 경쟁사이니 그런 것이지 파운드리 경쟁력 자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전의 파운드리가 같은 회사내의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에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없다면 이미 그 자체로 여러 이종 사업을 한 회사에 놓는 것의 ‘de-synergy’가 나오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마트가 같은 유통사업으로 물류나 영업 등의 여러 면에서 보유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의점 사업의 확대를 여러 차례 시도해왔지만 현재까지의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운 상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같은 유통업으로 본다면 분명 이마트가 매우 잘해야 하지만, 둘이 상당히 이질적인 업종이라는 것이고, 기대했던 시너지는 그냥 환상이었다는 것이 된다. 


대기업이 생각하는 시너지의 전제들, 특히 경영진들의 진취적 태도, 운영 복잡성의 증대에 따른 음의 규모의 경제, 그리고 유사해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업종간의 특성 등은 대부분의 신사업 추진 단계에서 제대로 검토되지 않는다. 오너나 대주주가 지시한 신사업에 대해 이사회나 임원들이 제대로 반기를 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점을 내재한 채 신사업이 출발하고, 대규모의 투자를 하고 난 뒤에서야 ‘우리가 착각했다’고 깨닫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지 한참이다. 



다음 글부터는 이제 이러한 대기업 신사업 추진시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줄이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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