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기업들은 거의 비슷한 경로를 밟는데,
우선 매출 성장율이 확 떨어진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된다.
이후 인사 시즌이 아닌데 인사팀이나 감사팀에 무기명 투서가 몰리거나, 명백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노무 이슈가 터진다. 일 잘한다는 인력들이 그만두는 비율이 올라가고 영업 상황은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회사와 관련한 비경영적인 대내외 악재가 연달아 터진다.
야심차게 신제품을 내놓지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반응은 나오지 않고, 뒷북을 울리거나 메인스트림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따라온다.
핵심 인력의 이탈이 커지고 재무적인 악화가 한 두 제품, 한 두 사업부의 이슈에서 전사적인 수준으로 확대된다. 혁신에 도전하기보다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보수적이고 경직적인 리더들이 오고 시장 악재와 인력 이탈과 재무 악화가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
기업의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고 잠재력이 높다고 해도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의 분할 매각이나 자산이 매각되기 시작한다.
매출의 부진에서 시작한 이 과정이 실제 구조조정이나 일부 자산 매각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에 정해진 바는 당연히 없지만, 유사 사례들의 경험으로는 대략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다운턴에서 다시 정체 상태로 머물다가 더 아래로 내려가면서 완전히 추동력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이 바닥을 다지고 턴어라운드를 해내는 기업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렇게 턴어라운드를 하더라도 그 사이 경쟁사 또는 잠재적 경쟁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에 예전의 업계 위상까지 회복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우려되는 몇 개의 국내 기업이 이 패턴을 따라가지 않고, 그저 나의 기우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