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오전, 단 몇 분 만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브라질 커피벨트가 대규모 냉해를 입었습니다. 21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나스제라이스의 최저기온은 -1.2°C였으며,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커피가격은 13% 급등했습니다.
이번 냉해는 1994년 이후 가장 파괴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7일까지 세하도, 술데미나스, 파라나, 모지아나에 걸쳐 약 20만 헥타르 피해가 집계되고 있으나, CONAB에 의하면 21/22 시즌 수확 진척률은 70%에 달해 당장 올해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22/23 시즌 생산량은 소스에 따라 이미 260만 자루에서 최대 520만 자루까지 손실을 예상하고 있으며, 최소 3~4년의 생산량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서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서리는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면서 상대습도가 높아지면, 물체의 표면에 물이 맺히면서 하얗게 얼음발이 생기는 현상이죠. 이때 서리가 생기는 과정에서 응고열이 방출되어, 실제 작물피해는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건조한 날씨 탓에 얼음이 형성되기 힘든 조건에서 기온이 내려가면, 냉기가 식물 조직 내부로 침투해 세포조직을 괴사시키게 됩니다. 이때 잎이 검게 변색되며 냉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검은서리(Black frost), 또는 킬링 프로스트라고 부릅니다. (FAO, frost)
역사적으로 가뭄에 이어 냉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매우 커지기 때문에, 브라질의 검은서리는 국제 커피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재해 중 하나입니다. ICO 산하조직인 Coffee Research에서는 지난 백년간 브라질의 서리와 가뭄 빈도를 조사해 집계했는데요. 이를 커피가격 변동그래프와 비교해보면,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함으로 기록된 1975년과 1994년 이후, 3년 이내에 커피가격이 최고치로 치솟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철의 냉해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검은서리에 의한 생산량 감소가 상당기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검은서리는 식물의 잎을 영구적으로 손상시키며, 특히 저항력이 떨어지는 어린나무의 경우 한 번 냉해를 심하게 입으면 생애주기 내내 체리를 맺지 않습니다. 커피나무를 새로 심을 경우 수확까지 3년 정도가 걸리므로, 올해의 냉해는 적어도 24/25 시즌 수확량까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브라질 커피농업이 가뭄과 냉해에 연이어 타격을 입으면서, 커피 가격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포츈지는 26일, 커피선물이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파운드당 2.152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하고, ICE 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선물 증거금을 거의 두 배로 늘리면서 숏 베팅이 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일부 관계자들은 커피가격이 조만간 파운드당 3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정말 그렇게 된다면 2011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 됩니다.
브라질의 겨울은 보통 6월부터 8월이며, 기온이 낮은 남부의 겨울철 월별 평균기온은 13~15°C 정도입니다. 그러나 남극의 Polar vortex가 느슨해지면, 한랭기단(Polar air mass)이 확장하여 브라질 남부 농업지대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은 온난화로 인해 점점 자주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해 세계 각지 대도시에서 추운 겨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IDH에서는 기후변화 예측보고서에서 브라질의 연평균 기온변화를 +3.5°C로 봤으며, 특히 건기가 길어지고 건기 강수량이 심각하게 줄어들 것으로 봤습니다. 또한 기온상승에 의해 커피 재배지가 지금보다 남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한편, 기온상승은 Polar vortex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으며, 가뭄과 냉해가 결합되면 농업피해가 크게 증가하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브라질의 겨울 냉해 피해는 더욱 파괴적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