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혜림 Nov 09. 2017

#세 번째 편지 : "담담하게, 자기 기준으로."

이름에게_ 000간 공동대표 홍성재 씨

#세 번째 편지 : "담담하게, 자기 기준으로."

이름에게_ 000간 공동대표 홍성재 씨



이름에게


1

엊그제는 밤을 새웠어.

숙제가 밀렸거든.

그리고 저번 주에는 하루하루 머리가 너무 아팠어.

요즘에 나는,

하루 보고 하루 사는 기분이야, 하루살이처럼.

당장 내일 해야 할 것만 생각하고 오늘을 사는 거지.


2

그러다가 문득 달력을 보면

올해가 쉰 번 하고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

매일매일, 순간순간을 기억하며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돼.

이러다가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열아홉을 다 보내버리는 건 아닐까 몰라. 


3

스무 살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어.

답을 찾기 어려웠거든.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

그러던 와중에 지난번 다녀왔던 인터뷰의 녹음파일을 듣는데

이런 말이 들리는 거야.

"담담하게, 자기 기준으로 살면 돼요."




4

아주 가을스러운 날이었어!

창신동에 있는 '000간(공공공간)'이라는 문화예술 플랫폼에 다녀왔거든. 

창신동의 골목골목이 참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000간을 찾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지 뭐야.

그 때문에 무려 삼십 분 가까이 지각을 해버렸어.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다행이야. 


5

000간의 공동대표 홍성재 씨는 키가 아주 크셨어!

별명이 '키다리'라고도 하셨지.

000간은 간단하게 말해서 '크리에이터들의 작업공간'이야. 

"디자인을 전공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 거죠." 성재 씨가 말했어.

성재 씨는 디자인을 전공하셨대.

이곳의 일은 크게 제품을 만들거나(제품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디자인 컨설팅) 

두 가지 형태로 나눠져 있대. 

여덟 명이 함께 일하고 있고, 지금은 여덟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하시더라.


6

000간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디자인을 해. 

사회적 가치가 있는 디자인, 에 대해 물었더니 홍재 씨는 이렇게 대답하셨어.

 "저희가 내린 결론은, 

'저성장 시대에 자원의 낭비를 줄이며 환경과 삶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에요. 

이것을 위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 되겠다고 결심했고요. 

자연스럽게 공공기관과 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7

처음에 000간은 전시를 통해 관람객을 만났는데 관심 있는 사람이 니면 쓱 지나가더래.

그러다 방과 후 아이들에게 예술교육을 진행했고

고민 끝에 '자생력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야.

000간이라는 브랜드 안에서 교육도 하고, 마켓도 해. 이건 다 000간의 프로젝트고. 

아, 000간의 제품 제작 쪽으로는 '제로 디자인'이라는 옷 브랜드도 있어.


8

그동안의 000간을 돌아보면서 홍재 씨는 모든 프로젝트들 다

잘한 점, 못한 점이 골고루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

완벽한 성공도 없고, 처절한 실패도 없다며.

한 작품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000 간이라는 프로젝트 하나를. 

‘함께’ 일하는 것의 가치를 깨달은 게 정말 크다고 하셨어.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너무나 많대.


9

재 씨는 앞으로 000간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좋은 이노베이터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

그리고 회사 구성원들이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이곳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더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갈 거래.

삶의 중후반쯤에는 책도 쓰고 싶다고. 


10

오후 5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이야.

대화가 막바지에 달했을 때 성재 씨는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

성재 씨가 생각하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배움과 성장 그리고 마음의 평화래.


내가 어제보다 내 나름의 기준으로 얼마나 성장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나름의 성장이죠. 사회적으로 잘했는가가 아니라. 

마음의 평화는 담담해지는 거예요. 나는 나대로 성장을 하겠다면, 별로 무서울 게 없죠. 

기준을 '나'로 잡지 않으면 불행해진다고 생각해요.

삶의 중심축이 다른 것에 있으면, 뭘 해도 가면인 거예요.

-성재 씨


엄청 큰 강아지가 있었어!


11

삶의 중심축이 내가 아니라 다른 것에 있으면

뭘 해도 가면일 거다, 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더라. 


"당연히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담담하게, 자기 기준으로 한 걸음씩 밟아 가면 돼요."

-성재 씨


12

성재 씨는 세상에 두 가지 직업밖에 없다고 생각한대.

하나는 돈 벌면 그만 둘 직업이랑, 또 하나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어갈 직업. 

전자의 삶은 아주 불행한 것 같다고 했어.

인생의 절반을 돈 때문에 사는 걸 테니까.

그것만 피해가도 어마어마하게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대.


13

마지막으로 물었어.


당신의 공(空)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소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가치가 있는 방향으로 제 삶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사회적 가치가 있는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 삶을 그렇게 가꿔나가고 싶어요."

-성재 씨


14

무엇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정말 삶의 기준이 ‘나’ 여야 하나 봐.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모습도 멋졌지만

본인만의 기분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더 멋졌던 것 같아.

생각보다 시간은 너무나 빨리 가고

잠깐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나는 졸업을 하겠지!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언제나 담담하게, 자기 기준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너도 그렇게 살고 있으면 좋겠어.

  

15

넌 오늘 많이 힘들었을까.

내일은 조금 더 행복할까.

아무 생각하지 말고

푹- 잠드는 밤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럴게.

안녕.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로 삶을 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공(空)의 반란, 시-작          

공(空)의 반란 프로젝트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전달합니다.

모든 글은 '이름에게' 전하는 편지입니다.

여기서 이름은 불특정 다수를 칭합니다.

결국 나는, 나에게. 너에게. 

'이야기'를 가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내가 만난 사람의 이야기를

꾸-욱 눌러써 보냅니다.       


사서함

pt0074@naver.com








매거진의 이전글 '  '을 디자인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