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맛있고 간편한 치트키 메뉴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고, 무신론자지만 치느님을 외치는 나와 짝꿍. 그러나 매일 육식찬란한 메뉴만으로 식탁을 차리면 안 되겠기에, 가끔은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메뉴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맛이 있어야 한다는 점.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기 마련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음식도 생각보다 많이 있다. 게다가 조리하는 방법마저 간편하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특히나 바깥이 차가운 계절에는, 꼭 몇 번은 이 음식을 해먹게 되곤 한다.
몸에 좋고 맛도 좋고 하기도 편한 선물 같은 메뉴, 버섯 전골!
전골이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이건 사실 재료로만 보면 샤브샤브에 가깝다. 그렇지만 우리집엔 식탁에 올려 끓일 수 있는 전열기구도 없고(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 그냥 한 번에 해서 먹기만 하면 되는 쪽이 더 간편하니까, 늘 전골의 형태로 끓여서 내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밀푀유나베와도 굉장히 유사..하다기보다는 그냥 같은 요리인데, 굳이 모양내기가 귀찮아서 재료를 마구 담기 때문에 달라 보일 뿐이지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다.
버섯전골이지만 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의외로 배추. 알배추 한 통 준비한 것에서 절반쯤을 떼어 썬다. 전부가 아니라 절반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냄비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 그 정도라서이다. 즉, 냄비가 허용하는 한 아무리 많이 넣어도 괜찮다는 뜻이다. 배추만으로도 섬유질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청경채도 익혀 먹으면 맛있으니까 이 날은 한 봉지를 함께 사 왔더랬다. 한 잎씩 뜯어서 배추 사이사이에 박아넣다 보니 한 봉지가 다 들어갔다.
버섯은 마트에 있는 것 중에 끓여 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걸로 여러 종류 준비했다. 이제 배추와 청경채 위에 버섯을 올려야 하는데.... 이미 전골 냄비가 꽉 차서 버섯을 올리면 굴러떨어질 지경이다. 난감한 상황이지만 사실 별로 당황스럽지는 않다. 버섯을 한쪽에 밀어 놓고 순서를 조금 바꿔서, 육수를 먼저 부었다. 나중에 국수나 죽을 끓여 먹을 생각이라면 육수를 넉넉히 넣어야겠지만, 경험상 둘이서 한 냄비를 다 먹고 나면 더 먹을 수 없을 만큼 배가 부르기 때문에, 그냥 재료가 타지 않게 하는 정도의 적은 양이면 충분했다.
육수란 멸치 육수나 황태 육수, 소고기 육수 등 뭐든 괜찮겠고 사실 맹물을 넣어도 문제 없지 않을까 싶지만.. 집에 황태나 멸치 같은 건 없고 나름대로 조금의 간을 하는 게 낫겠어서 야매 육수를 제조해 넣었다. 물 한 컵에 연* 한스푼. 요즘 광고 많이 하는 액체 조미료 그거 맞다. 나는 맛만 있고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조미료 사용에 별로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과학기술과 그 결과물을 매우 신뢰하는 타입이라 그런 듯. MSG가 건강에 안 좋다는 이야기도 근거 없는 옛날 이야기라고들 하고 말이다.
배추와 청경채와 육수만 들어간 전골냄비의 뚜껑을 닫고,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날 때까지 약불에 좀 올려두었다. 그리고 뚜껑을 열면, 짠! 뭘 더 올릴 수도 없을 만큼 냄비에 가득 차 있던 야채들이 풀썩 주저앉아 있다. 수분이 많은 야채는 싱싱할 때는 정말 부피가 크지만 숨이 죽으면 한 줌밖에 안 된다. 배추와 청경채를 마음 놓고 욕심껏 넣은 것도 다 그 점을 염두에 두어서였다.
이제 여유 공간이 생긴 냄비에 또 가득차도록 버섯을 넣고, 평소에는 이대로 끓였지만 이 날은 약간의 변주를 주고 싶어서 양념장을 만들어 얹었다. 다진마늘, 고춧가루, 간장, 후추를 섞어 만든 양념장이 담백한 전골을 약간은 매콤하고 감칠맛 나게 바꾸어 줄 터였다. 다시 뚜껑을 닫고 불을 켰다. 조금 뒤 다시 뚜껑을 열어 보니 통통하던 버섯들 역시 숨이 죽어 있었고, 버섯과 야채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육수와 섞여 바글바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마지막 추가 재료는 냉동실에 있던 차돌박이였다. 건강을 위한 메뉴였지만... 역시 국물에는 고기가 우러나야 맛이 있다. 조금만 넣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버섯이니까.
야채, 버섯, 차돌박이 모두 금세 익는 재료들이라 오래 끓일 필요가 없었다. 고기가 익은 것만 확인하고 그대로 상에 올렸다. 더 필요한 건 수저, 앞접시, 그리고 각자의 소스 그릇과 거기에 양껏 부은 스윗칠리 소스. 폭 익은 재료를 푹푹 찍어서 팍팍 먹었다. 따끈따끈하면서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은 플라시보 효과였다.
메인 재료로
알배추 한 통에 2580원, 절반을 사용했으니 1290원
청경채 300g짜리는 전부 넣었다. 1680원
팽이버섯(한 봉지 980원), 백만송이버섯(300g / 2980원), 참타리버섯(400g / 1980원)을 사서 각각 절반씩을 사용했다. 총 2970원
냉동 차돌박이 대략 200g 정도를 사용했다. 5267원
액체 조미료 1병에 275ml고 한 큰술은 대략 간장과 비슷한 18g으로 잡으면 될 테니, 환산하면 391원어치
이상 주 재료값이 11598원
양념장으로
다진마늘 1.5스푼. 250g짜리 한 봉지를 4880원에 사서 쓰고 있었다. 다진마늘은 1큰술에 10g 정도라고 하니 15g이면 293원
고운고춧가루 1.5스푼. 구입한 것이 아닌 선물받은 거라 시판 고춧가루의 가격을 검색해 보니 국산 기준으로 100g당 4천원대에서 7천원대까지 가격대가 너무 다양했다(고춧가루가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 중간값으로 100g에 5500원 정도 한다고 치고, 고춧가루 1큰술이 15g정도라고 하니 1238원.
진간장 1.5스푼. 간장은 1큰술에 18g정도. 집에서 사용 중인 진간장 제품의 마트가격은 500ml에 3980원이다. 환산하면 215원
국간장 0.5스푼. 같은 방법으로 환산하면 58원
후추 약간.. 2g 정도로 잡으면 140원
이상 양념 재료값이 1944원
스윗칠리소스를 아마 둘이 합쳐 200ml는 먹었을 성 싶다. 725ml짜리 큰 병을 3420원에 구입했었다. 943원
이날의 한 끼에는 총 14485원이 들었다. 만약 고기를 안 넣고 버섯야채전골로 했다면 만 원이 안 되었겠다. 건강하고 맛있고 간편하다고 적었는데, 심지어 가격까지 저렴하다. 또 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