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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Mar 30. 2023

순경 1차 필기 합격, 그 외

3월 30일 목요일, 순경 1차 시험이 끝나고

3월 25일 토요일, 순경 1차 시험이 끝났다. 시험이 끝난 다음 날 행정법 강의를 듣기 위해 다시 학원에 갔다. 벌써 자리를 비운 친구들이 있었고, 나는 오늘 하루 즘은 마음 편히 공부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조촐한 맥주 한 잔을 나눴다. 두 명은 합격권에 있어 더 이상 학원에 나오지 않고, 나와 뒷자리 친구는 간부 시험을 위해 다시 고삐를 다진다. 10월부터 3월까지 6개월을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간부 시험의 중간평가 같은 순경시험에 아쉬움 반, 만족 반의 성적을 거뒀다. 총점 235점, 6개 틀렸다. 1 배수 합격 커트라인이 220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필기 합격은 확실하다. 현재 합격예측 사이트에서는 약 1600명 중 77등을 기록하고 있다. 학원친구들 중에서는 1등이다. 


짤막한 평가를 남기자면, 헌법은 아는 것을 착각했던 한 문제, 실수했던 한 문제를 틀렸던 것이다. 헌법은 앞으로 실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 형사법은 한 문제가 헷갈렸는데 결과적으로 4문제를 틀렸다. 형법 각론에서 2문제, 형사소송법에서 2문제를 틀렸고, 아직 오답정리를 하지 않아서 왜 틀렸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아직 기출 회독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기본서를 병행해야겠다는 평가 지점이 있다. 경찰학은 다 맞았다. 다 맞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너무 쉽게 나온 것도 있고, 경찰학 실력이 많이 올라온 것도 있는 것 같다. 경찰학 문제를 맞힐 수 있는 능력이 탑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경찰학에는 자신감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 과목 평가는 각기 다르지만 총체적으로 보았을 때 실수를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긴장감이 최고조인 상태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훈련을 해야겠다. 


시험 일주일 전의 기록도 남긴다. 일주일을 카운팅 하기 시작했을 때 스트레스가 최고조였다. 가만히 있어도 체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결국 장염에 걸렸다. 일주일 내내 앓던 장염은 시험이 끝난 당일 점심에 완전히 사라져서 일반식을 먹을 수 있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걸 뒤늦게야 알았다. 하지만 미리 알았어도 별다른 대책은 없었다. 그저 당일이나 전날에 갑작스럽게 장염에 걸리지 않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몸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인지할 수 있는 계기였고, 덕분에 다른 곳에 체력을 쓰지 않고 적당히 공부할 수 있는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장염 초기에는 일반식을 먹으면서 약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그다음부터는 죽을 먹었고 다행히도 조금씩 괜찮아졌다. 시험 직전 금요일 즈음부터 괜찮아졌다가 토요일에 다시 염증이 도졌다. 심각하진 않아서 따로 병원은 가지 않았다. 약간 불편한 정도였기에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분위기에 의해 받았던 것 같다. 우선 시험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자체로 큰 스트레스였다. 아무도 잘 보라고 하지 않았지만 잘 봐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내심 그래도 1등을 몇 번을 했는데 삐끗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게 창피하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학원의 그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첫 번째 강박을 만들었고 나를 압박했다.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도 이따금씩 불필요한 말과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주었다. 그 친구들이 악의나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했던 말과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나는 이미 합격한 것처럼 대하는 말과 행동이 불편했다. 체력시험을 보러 가실 거냐는 질문, 순경시험은 내 시험이 아니라는 말, 나에게는 모의고사 아니냐는 비꼼, 나는 한 자리 잃었다는 발화, 시험 제대로 보실 거냐는 허무맹랑한 질문들이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웃어넘길 것들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지만 직전 일주일 내내 이 이야기를 들으니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여자친구에게 속풀이를 했다. 그걸로 겨우 버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시험직전의 그 음산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있다. 작년 1차 시험 때는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시험 직전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뒷자리 친구가 계속 2층에서 공부하는 걸 보면서 왜 그런지 몰랐다가 시험 끝나고 나서야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했다는 말을 듣고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직전에 찾아오는 그 음산함, 사람들의 발화 등등은 7월 시험 때는 미리 대비를 해야겠다.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지는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겠다. 3월은 장염이 도와준 것이 아닐까 싶다. 


생활적인 부분 외에 공부와 관련된 시험 일주일 전 루틴은 오히려 단순했다. 일주일 즈음 남았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실천했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문제 풀지 말고 기출 방점 찍힌 것 중심으로 보고, 법령 회독하고 암기하고 가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경찰학에서 법령만 틀리고 있던 때여서 가기 전 일주일은 이것만 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법령을 왕창 출력했다. 그리고 아침에 학원 도착해서 0교시 시작하기 3-40분 정도는 법령에 형광펜 칠하면서 봤다. 기출이나 모의고사에서 변형했던 부분은 따로 필기하면서 봤고, 직전까지 중요한 법령은 3-4번 봤고, 덜 중요한 건 1번만 봤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은 그동안 많이 틀렸거나 취약한 부분만 기본서 회독했다. 부족한 부분은 평소에 많이 틀렸던 파트였지만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외면했던 부분, 형법 총론 형벌론과 제일 앞부분 같은 곳을 일부러 찾아서 봤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본 모의고사에서 틀렸던 파트 중심으로 몇 개 골라서 공부했다. 나열해 보면, 헌법은 소급입법 부분과 직업의 자유에서 3단계 이론, 형사법에서는 수사증거, 총론 전범위, 공범 종속설 쪽 학설, 각론에서 재산죄, 횡령죄와 장물죄에서 학설, 경찰학에서 조직법, 작용법, 경직법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22일에 있었던 렉스 7회 모의고사에서 틀렸던 부분을 기본서에서 찾아서 회독했다. 


이 일주일 동안 공부가 머리에 얼마나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시험 직전에 공부 집중도나 양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내가 느끼는 체감은 잘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조금 무리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공부했던 것, 아는 것만 잘 맞추고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서 공부했다. 마음은 편하게 먹으려고 부단히 애썼다. 이게 좋은 방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은 계속 있었다. 이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된 건 22일 렉스 모의고사였다. 내심 10개 이내로 틀리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시험 직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도 잊고 시험을 치렀다. 그리고 9개를 틀려서 목표를 이뤘다. 시험 자체는 어렵게 느껴졌는데, 점수는 올라서 기분은 좋았으나, 백분율은 그대로여서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소기의 성과라고 할 것은 부족한 부분 기본서 회독하고 법령 회독했던 방식을 25일 시험까지 유지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섰다는 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내 눈앞에 있는 내용들이 머리에 들어오고 있는지, 정리가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 어딘가에는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7월 시험에서는 4일 전 즈음 시험을 하나 선택해서 보고, 남은 3일은 틀린 부분만 기본서를 봐야겠다.


시험 준비기간 동안 생각은 했지만 글로 쓰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F1이다. 학원 시험 4번 중 초반 2번은 1등을 했다. 그 뒤로 2등, 3등으로 밀려났다. 부담감도 압박감도 심했다. 당시에는 F1원 시즌5가 방영 전이었는데, F1 생각이 많이 났다. 2등에서 1등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자기 페이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1등 바로 뒤에서 압박하되 내 페이스를 유지하고 기회를 봐야 한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조급하게 달려들지 않으면서 빈틈을 보고, 무너지지 않는 마음가짐의 연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이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로 있었던 두 번의 시험에서 1등을 했다. 두 번째는 전반전과 후반전이다. 이제 6개월 동안의 전반전이 끝났다. 같이 했던 친구들이 대부분 필기를 합격하고 자리를 비웠다. 허전한 마음도 들지만 나는 이제 간부시험을 준비해야 되는 상황이니 숨을 잠시 돌리고 남은 후반전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싱숭생숭한 마음도 있었고, 뿌듯하고 보람도 느꼈지만 나는 앞으로 남은 4개월의 후반전을 달려야 한다. 남은 기간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금처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후반전의 시간도 금방 흘러갈 것 같다. 세 번째는 체력학원이다. 어제 체력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다녀왔다. 그리고 그저께부터 순경 체력시험을 준비한다고 집에 돌아와 동네 몇 바퀴를 뛰고 윗몸일으키기와 팔 굽혀 펴기를 해봤다. 체력이 정말 말도 못 하게 부족하다. 간부체력시험은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들었다. 필기시험, 체력시험, 그리고 면접까지 뭐 하나 만만히 볼 것이 없다. 여전히 나는 뱁새고, 합격까지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또 생각 없이 주어진 것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며 남은 4개월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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