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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Apr 20. 2023

인정욕구와 존재증명 욕구

4월 20일 목요일, 병원 외래 진료 결과를 기다리며

퇴원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학원 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다. CPK(?) 수치가 낮아졌는지 확인하러 외래진료를 왔고, 혈액 검사 시간을 기다리며 밥을 먹고 글을 쓰러 PC방에 왔다. 군대에 있을 때 애들이랑 잠깐 온 뒤로 PC방은 처음 온 것 같다. 그때는 애들이 어떻게 회원가입하고 결제하면 되는지 다 알려줘서 편했는데 혼자와 보니 낯설고 어색하다. 다들 게임하는 곳에서 나는 홀로 글을 쓰고 있다.


순경 시험이 끝나고 난 다음부터 예전만큼 공부에 집중을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뒤 횡문근융해증으로 몸져누우며 일주일 동안 입원을 했다. 그리고 다시 학원에 나가서 그동안 못했던 공부를 했다. 학원에 가기 전날밤 잠도 잘 못 잤다. 기대반 걱정반의 심정으로 누웠으나 쪽잠을 자고 학원에 갔다. 지나고 보니 엄청 예전 같지만 이제 겨우 7일 지났다. 첫날은 어색했고 낯설었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반가웠다. 그리고 그동안 못 봤던 시험을 봤다. 다시 텐션을 올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력이 부족해진 것이 체감됐다. 오래 앉아있으면 허벅지가 아팠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자주 화장실에 가서 집중이 흐트러지곤 했다. 그럼에도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마음 한쪽에 불안감도 있었던 것 같다. 애들보다 뒤처졌으니 얼른 따라잡아야 한다는 마음과 성적이 떨어졌을 것만 같은 불안함이 들었다. 계획상 일주일 전에 끝냈어야 했던 행정법은 다시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는 마음이 들었다.


순경시험이 끝난 후, 그리고 퇴원 후 일주일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인정욕구는 폭발하는데 존재증명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무언가 꽉 막힌 기분으로 지냈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학원에서 1등을 했고, 가장 점수가 높았고, 유일한 필기 합격생이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가 있었다. 사람들에게서 조금 더 부러움과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도 그 마음이 약간은 남아있는 듯하다. 일주일 동안 형사법 시험을 봤는데, 같이 공부했던 친구와 새로 들어온 분들은 거의 100점을 받는데 나는 1-2개를 틀렸다. 선생님이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친구들에게 100점 맞는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며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나도 그 자리에 끼고 싶었다. 내심 나는 '내가 순경시험은 더 잘 봤는데, 나도 공부방법 알려주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창피하지만, 불과 24시간 전에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험이 끝난 지 한참 됐는데도 나는 아직 3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인정욕구와 존재증명욕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하는 공부가 아닌데 나에게는 이러한 결핍이 좀 있었나 보다 생각하게 됐다. 수험생활에서 유일하게 얻은 가시적 성과였고, 공부를 하며 어딘가에 합격해 본 경험이 처음이라 생소하기도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나 스스로 존재증명을 하려고 했나 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4월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어온 것 같다. 지금은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존재증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다독이고 있다. 마음을 잘 잡고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11-12시간을 앉아서 공부하는 것, 성실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몸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조급하게 운동을 하며 몸을 망가뜨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의 성적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내가 계획한 일정과 목표에 맞춰 4월을 마무리 하자는 생각을 했다. 4과목은 선방하되 행정법 점수를  90점까지 올리는 것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을 동료라고 생각하며 경쟁하는 마음을 다시 가져야겠다.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운동하고, 건강하게 공부해야겠다. 얼마 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다시 생각해보곤 한다. 공부를 지속하는 데 마음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다시 나의 루틴과 템포로, 나의 느낌으로, 다시금 뱁새가 되어, 남은 시간 공부하는데 힘을 모아야겠다. 7월에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4월은 더 멀리 보고, 더 낮은 자세로, 더 차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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