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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Jun 15. 2023

몽글한 마음과 의연한 마음의 공존

6월 15일 목요일, 6월의 반을 남기고..

아침에 눈을 뜨고 유튜브를 틀었다. 우연찮게 나영석 PD가 운영하는 채널 방송을 봤다. 별생각 없이 보다가 여자친구 배웅을 하고 돌아왔다. 빨래를 시작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나영석 PD와 김대주(?) 작가가 이야기를 하는 방송을 봤다. 1박 2일을 촬영하면서의 에피소드를 들었다. 방송업계의 일하는 환경과 분위기, 그리고 급박하고 갑작스러운 사건과 사고를 들으면서 20대 때 일했던 시기가 떠올랐다. 우리도 행사를 준비하고 기획사업을 하면서 때때로 급박한 상황을 겪었고, 항상 밤늦게까지 일을 했던 것 같다. 밤새 회의도 했고, 싸우기도 하면서, 거의 매일 붙어있으면서 일하고 놀던 때가 생각났다.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매일매일 학원에 앉아서 책을 보는 생활이 조금 지쳐가는 것 같다. 요새는 게임하고 싶다는 생각도 나고 시험이 끝나면 하고 싶은 것도 자주 생각난다. 마음의 허가 다시 찾아왔다. 유튜브 방송의 이야기로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때처럼 일할 수는 없겠지만 경찰이 되어서 일하는 모습을 생각해 봤다. 지금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하루를 보내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심각하고 어려운 상황을 겪어내면서 지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음이 뭉클했다. 그날이 올까? 그날이 온다면.. 


최근 마음이 힘들었다.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성적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1-2월에 썼던 글을 다시 봤다. 그때는 엄청 몰입하고 열중해서 공부했던 같은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다시 이전 글을 눌러서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열중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심 좀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고, 그런 압박 속에서 일주일을 버티며 지냈던 것 같다. 성적은 그때도 항상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것도 스트레스, 마음이 허전한 것도 스트레스, 운동도 스트레스,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스트레스, 게임과 도피도 스트레스였다. 그때도 그렇게 버텼나 보다. 그저 기억 속에서 힘들었던 순간을 조금씩 지워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돌아보니 좋았던 기억, 성적이 올랐고 1등을 했고, 기대 넘치는 미래만 남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그때도 비슷하다. 그저 지금은 시험날짜가 그때보다는 가까워져 있다는 것이 다르다. 무엇이 나에게 위로를 주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약간의 위안을 준다. 그때처럼 지금도 남은 시간을 버텨내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6월과 7월을, 그리고 8월까지 수험생활을 이어가 봐야겠다.


다시 루틴을 바꿨다. 목요일에 의정부에 가지 않고 집에 있기로 했다. 혼자만의 온전한 시간이 필요했다. 여자친구가 항상 배려해주고 있다. 목요일 오후까지 집에서 쉰 다음 의정부에 갔었는데, 그러다 보니 오후까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가 의정부 가서 시체처럼 산책하고 돌아왔다.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같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시간을 조정하고 나서부터 다른 일정에 변동을 줄 수 있어서 나름 과감하게 루틴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목요일 저녁부터는 공부를 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65시간은 유지하면서 예전의 루틴으로 돌아가는 거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서 집 청소를 하면서 쉬고, 점심 즈음 운동을 했다. 그리고 씻고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 공부를 하러 간다. 목요일에 공부하는 건 너무 압박을 갖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 예전에도 목요일에 공부하다가 괜히 스트레스만 더 쌓였던 기억이 있다. 조심해야겠다.


요새 모의고사를 보면 실수가 자주 보인다. 그리고 3월 보다 더 많이 틀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기분인지 실제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는 건데 실수로 틀리거나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예전에 봤던 내용인데 오랜만에 봐서 완전히 까먹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 보다 더 틀리는 것 같다. 그리고 옆자리 친구들과 같이 보는 시험은 그 친구들보다 더 틀리면 괜히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비교할 수 있어서 좋은데 공부를 덜 하는 것만 같아서 부족하다고 자격지심을 계속 느끼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쉽지 않다. 나도 분명히 잘하고 있는 것일 텐데 계속 부족함만 보이는 것 같다. 선생님이 언젠가 마음관리를 잘하라고 하셨다. 나에게는 지금 의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남들보다 조금 더 틀리면 그만큼 조금 더 공부하면 된다는 의연한 마음, 나도 부족하지 않다는 마음,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마음, 그런 의연한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느낀다. 그 마음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지 또 유지할지 방법은 모르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의연함이다. 이 마음에 집중하며 남은 6월을 보내야겠다.


6월은 몽글한 마음과 의연한 마음이 공존할 것만 같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몽글한 감성과 시험이 다가올수록 담담해져야 할 것 같은, 의연한 마음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을 것 같다. 두 마음의 공존으로 6월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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