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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Jun 19. 2023

속으로 울면서 공부한 날

6월 19일 월요일 난독증이 너무 싫다

오늘은 오전 내내 정말 열심히 헌법을 공부했다. 점심 후 시험을 봤다. 엄청 못 본 건 아닌 것 같은데, 문제 풀면서 첫 페이지부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선지가 눈에 잘 안 들어왔고 마음을 다독이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시험 보다 도중에 뛰쳐나가고 싶었다. 이전 회차 헌법시험에서도 오늘보다 약한 정도의 공황 같은 것이 있어서 더 긴장을 했고 더 압박을 느꼈다. 어쨌든 시험 내내 그만 풀까 고민했고 도망가고 싶었고 시험이나 수험생활도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감정을 누르고 시험을 마쳤다. 그리고 그다음 교시부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울컥이는 감정을 주워 담으며 오답을 정리했다. 정리를 하면서도 이렇게 공부하는 게 맞나 싶고 온갖 감정들과 상념들이 밀려왔다. 계속해서 그것들을 삼켰다. 알 수 없는 감정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싫었다. 오후가 조금씩 지났고, 저녁을 거를까 고민하다 밥을 먹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조금씩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리고 친한 동생들이랑 같이 더 이야기하면서 조금 더 괜찮아졌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데리러 왔고, 여자친구와 대화하면서 조금 더 많이 괜찮아졌다. 오늘은 그런 하루였다. 속으로 계속해서 울었던 하루. 수험생활에서 힘들었던 날을 꼽으라고 하면 아직까진 오늘이다. 선생님이 올려주신 짧은 글을 읽고 다시 또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원에서 믿을 구석은 역시 선생님이 제일이다. 집에 와서 여자친구랑 산책을 하고 들어왔다. 걷다 보니 릴케 시가 떠올랐다.


젊은 시인이여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테니 온전히 그 시간을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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