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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Aug 26. 2023

순경 시험을 마친 후의 일상

8월 26일 토요일, 제주도 빨래방에서 잠깐의 쉼

8월 19일 순경 2차 시험을 마쳤다. 헌법과 경찰학을 풀고 나서 합격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형사법을 풀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형사법을 많이 틀렸다. 결과는 헌법 3개, 형사법 5개, 경찰학 3개 총 11개 틀렸다. 222.5점으로 필기시험을 합격했다. 채점을 하면서 1차 때 보다 많이 틀려서 내 점수가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감이 없었다. 1차 때 보다 등수는 높은 것 같고, 어제 필기 합격자 발표를 확인해 보니 합격자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있었다. 앞으로 체력시험과 면접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필기 합격 후 개인 운동을 하면서 수험생활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상을 며칠 보내고, 지금은 여자친구의 제주도 출장에 동행해 잠깐의 여행을 즐기고 있다.


필기시험을 치러 가는 길에 여자친구와 싸웠다. 시험 전 나의 극도로 예민함이 여자친구를 힘들게 했다. 말을 하지 않는 수동공격으로 여자친구를 힘들게 하고 나는 시험장에 갔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1차 때보다 덜 긴장한 상태로 시험을 봤다. 간부 시험 때 너무 긴장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긴장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 모르는 문제는 일단 지나치고 천천히 풀자고 생각했다.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되뇌면서 시험지를 기다렸다. 시험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변수라고 하면 양 옆의 수험생들이 다리를 무척 심하게 떨었던 것이다. 왼쪽에는 어려 보이는 친구가 앉았다. 검은색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시험 직전까지 계속 다리를 떨었다. 감독관에게 제지를 요청할까 고민했지만 그 친구의 상기된 표정이 안쓰러워 보여서 그만두었다. 그리고 곧 오른쪽 친구가 자리에 앉았고, 그 친구 역시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나는 짜증이 밀려왔다. 그런데 잠시 뒤에 두 친구의 다리 떠는 속도가 일치하더니 싱크가 맞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해탈의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시험을 보기로 했다.


시험이 끝나고 다시 시험지를 펼쳐보지 않아 문제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헌법은 세 문제가 난해했는데,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 세 문제를 틀린 것 같다. 형사법은 총론, 각론에서 한 문제씩 틀렸고, 형사소송법 마지막 부분에서 3문제를 틀렸다. 평소에도 암기가 부족했던 부분인데 시험장에서 헷갈리다가 틀렸다. 경찰학은 풀면서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았는데, 완전 처음 보는 내용의 문제가 있었다. 다만, 시간을 두고 자세히 보니 풀렸다. 틀린 세 문제가 어떤 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아 소회를 적을 수가 없다. 경찰학은 대체로 평이했다고 느꼈는데, 다른 수험생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지엽적이라고 느끼는 수험생들도 있는 것 같았다. 작년 2차 시험 때와 비교해 보면  어렵지는 않았다. 적당하다고 느꼈다. 경단기에 성적 입력을 해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저녁을 먹고 영화를 봤다. 경단기 합격예측 홈페이지에서 최근에 확인한 등수는 30등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약간 높은 점수인 것 같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의 결과를 확인하고 향후 계획을 공유하며 며칠을 보냈다.


선생님에게 드릴 견과류를 구매하고 간단한 편지를 써서 드렸다. 선생님을 만나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셨다. 지금은 체력시험을 준비하고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입교 유예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잘 됐다고 하셨다. 그럼 일단 순경 합격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간부 필기시험을 합격한 친구와 같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간부 면접 준비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다시 자극이 되었다. 내년에 간부를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꼬물꼬물 밀려 들어왔다. 최근 경찰과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고, 경찰관직무집행법과 행정법 주요 내용을 암기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최근 이슈에 대해서는 범죄학 내용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라고 하셨다. 면접시험에 대해 큰 고민이 없었는데 조금 더 긴장하며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면 뉴스와 논문 등 자료를 찾고 정리해 봐야겠다.


체력시험 일정도 정해졌다. 9월 13일 수요일에 윗몸일으키기와 팔 굽혀 펴기를 본다. 이제 약 2주 정도 남았다. 아직 윗몸일으키기가 잘 안 되는데 다음 주부터는 더 필사적으로 해야겠다. 팔 굽혀 펴기는 지금 보다 조금 더 올리면 10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 동안 잘 먹고 잘 쉬어서 약간 살이 쪘다. 올라가면 몸무게를 줄이고 식단을 조절해야 할 것 같다. 체력학원 등록하는 것이 생각보다 혼란스럽고 번거롭다. 나는 이번주에는 개인 운동을 하고 다음 주부터 등록하려고 했다. 그런데 등록을 하려고 하면 자리가 없고, 다음 주부터 시작하는 반은 다음 주에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마 순경은 합격 인원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유동성이 많은 상황이 나에게는 참 버겁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던 동생과 같은 시간대를 원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시간대로 등록하려고 한다.


면접학원 등록도 나에게는 너무 복잡한 시스템이다. 대기를 걸어놓고, 재빠르게 반을 정하고, 예약금을 걸어야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어렵다. 어찌어찌 예약은 해뒀지만 원하는 시간대는 아니다. 체력학원과 면접학원을 등록하면서 약간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선택권이 제약되어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경찰 입시 시스템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등록하고 맞춰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등록했다.


같이 간부 시험을 준비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공부만 할 줄 알았지 나머지는 다 허접한 사람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나눴다.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한 친구는 필기시험에 떨어졌다. 그 부분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 그 친구는 내년에 한 번 더 응시를 할 것이라고 들었다. 응원하는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이 공존한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제주도에 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놀러 갔다가 저녁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여자친구와 동료들은 일을 하고 있고, 나는 렌터카를 빌리고 며칠 간의 빨래를 하러 빨래방에 왔다. 휴게실에 앉아 짧은 글을 쓰면서 뜨거운 햇살을 피하고 있다. 순경 시험이 끝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는 것이 놀랍다. 추석까지 순경에 최종합격해서 입직을 할 것인지, 간부시험을 다시 한번 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제약 없는 일상이 마냥 좋기만 하다. 그저 별 고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감이 높다. 간부 시험을 다시 볼 것인지, 순경으로 입직할 것인지, 그리고 범죄심리학 대학원을 등록할 것인지 무엇이 좋을지 천천히 생각해 볼 계획이다. 나는 간부시험을 다시 치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을, 미련을 남기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순경이 되어서 현장에서의 경험을 쌓고, 공부하고 싶었던 범죄심리학을 공부하여 프로파일러의 길을 향할 것인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무엇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더 좋은 선택일지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생각해봐야 하는지 방법도 무척 고민된다. 또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고 누구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인지도 고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경 시험이 끝난 후의 일상은 아직까지는 무척 평온하고 따사롭다. 지인들에게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도 행복하다. 특히, 엄마가 주변에 합격 소식을 전하며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앞으로 남은 일정도 이전과 같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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