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요가를 잘하길래 요가 글을 써요?
요가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다. 코로나로 요가원 대신 집에서 혼자 수련할 때 영상을 찍어 복기하는 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코로나가 끝나가는 지금 영상을 몇 개 돌려보니 영상만으로 그 수련 때의 내 마음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를테면.. 아무 플레이리스트나 틀고 요가했는데 내 나름의 피크포즈에서 빠밤-웅장한 음악이 나올 때의 쾌감! 안되던 동작을 무심코했는데 처음 성공해서 왜 성공했을까 생각했던 내용.
그리고 방국봉씨 만난 사건, 숙취 108배 기록 같은.
소중한 일화와 작고작은 깨달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도 나랑 같은 길을 걷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서.
TTC 80시간을 수료했고국제 요가 얼라이언스 200시간은 독학중이다. 요가를 잘하고 싶어 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TTC(Teacher Training Course)였다. 시간을 지켜 꾸준히 수업을 들은 덕분에 어느 정도 어려운 자세들을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TTC를 수료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수업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내가 가르칠 내 몸을 떠올리며 수업을 들어서, 동작 시범을 보일 순 있어도 다른 이의 몸의 아사나를 봐주는 것은 어설프다. 여하튼 난 아직 좋아만 하고, 내 몸에 대해서만 조금 가르칠 줄 아는 정도다. 내 앞가림 겨우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작은 다운독(Down dog) 자세다. 어디서든 할수 있고 제일 쉬우면서 제일 어렵다. 허리가 휜 나는 동작을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면 틀어진 게 눈으로 보일만큼 골반이 틀어졌다. 이걸 곧게 펴는 동작을 위해 척추와 골반을 쓰는 힘, 배를 당기는 힘, 허벅지를 안으로 조이는 힘, 바닥을 미는 팔힘으로 잡아주어야 해서 이 동작을 오래 하면 굉장히 힘들다. 다운독은 제일 처음 할 수 있게 된 자세라고 생각했는데 무의식 중에 하다 보면 자꾸 허리가 틀어져서 할 때마다 새롭다.
빈야사 플로우를 좋아한다. 하타도 아쉬탕가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내 머리의 잡생각은 또 다른 동작을 빠르게 이어가는 플로우 요가만이 밀어낼 수 있었다. 선생님에 따라 다르지만 앰비언트 뮤직을 틀어놓고 하면 아주 그냥 무아지경에 빠진다. 나의 정신과 담당 의사 선생님은 내 건강을 위해서는 정적인 요가보다는 러닝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으셨지만.. 선생님.. 제 요가는 거의 춤이에요... 몸짓이라고요..라고 빈야사 요가를 하러 오시라고 권했던 날을 기억한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스포티파이 플레이 리스트를 하나 덧붙여본다. 이런 음악에 주로 수련한다. 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요가.
세온이 좋아하는 빈야사 음악 들어보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 있다. 심보선 시인의 시에 대한 비유다.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면서 쓰는” 것이 시라고 했다. 나는 두 번째 사람도 아닌 세 번째 사람이다.
요가는 자체가 삶이고 동사니까, 조금 다르게 쓰고 싶다.
요가를 첫 번째로 잘하는 사람은 오늘 요가를 한 사람이다. 두 번째로 잘하는 사람은 첫번째 사람이 요가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세 번째로 요가를 잘하는 사람은 첫번째 두번째 사람을 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랄까.
나는 오늘, 첫 번째로 잘하는 사람이고 싶어서 매트를 펴고 다운독을 했다. 여러분도 오늘 요가하세요!
다음엔 수련팁 같은 것도 써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