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얼마나 자주 요가하세요? 게으른 수련자의 변명
동식물을 종류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남편과 나는 낮에 집을 비우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므로 동물 대신 식물들과 살고 있다. 그리고 꽤나 식물을 잘 키우는 편이다.
나의 식물 키우기 비법은, 여러분도 물론 잘 알고 계신 것으로 화분을 들여올 때 화원 주인장이 해주신 말을 기가 막히게 잘 따르는 것이다.
물은 언제 줘요? 겉흙이 마르면 주 1회 듬뿍 주세요. (서울대 어떻게 가요? 국영수를 중심으로 EBS 보세요)
이게 다다. 이걸 잘할 수 있게 되면 분갈이, 꽃 피우기, 가지치기, 촉나누기 같은 것은 천천히 잘할 수 있게 된다. 식물을 잘 키우는 편이지만 요새 많이 쓰는 말인 ‘식집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고, 조금 무심한 편이고 , 실행력이 좋다. 식물을 애지중지 매일 보는 대신 내가 지나다니는 집의 길목 중 그 식물이 잘 자랄 것 같은 곳에 화분을 놓는다. 오며 가며 각각의 식물들이 지금 물을 원할 거 같다 싶을 때 미리 받아두었던 물을 흠뻑 준다. 가을겨울도 아닌데 성장속도가 더디다 싶으면 영양제를 꽂아주고, 흙이 줄었거나 넘치면 분갈이 준비를 한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집의 식생(?)이 건조한 쪽으로 바뀌었고, 베란다도 없어졌다. 슬프게도 이전 집에서 머리숱 풍성하게 자라던 고사리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죽기 전에 다른 곳에 보내줄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집의 식생과 맞지 않아서 생긴 일, 내가 애써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안다. 이 집의 주인은 사람이고, 나는 식물을 위해 가습기를 틀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식집사는 확실히 아니다. 그쵸?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깨와 윗등 통증 때문이었다. 심한 척추 측만으로 인해 도수치료를 받고 통증이 없어지자운동을 생활화하라는 처방을 받은 것이다. 그렇게 찾게 된 요가수업은 낮은 조도, 앰비언스 음악과 함께하는 빈야사 요가였다. 서른 넘어 처음 접한 요즘 요가는 엄청 파워풀했고 내 몸에서 땀을 한 바가지 흘리게 만든 후 10분쯤 무념무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요가가 너무 즐거워서 몸이 아파도 주 2~3회를 다녔는데 그때 나는 또 알게 되었다. 나는 척추측만뿐 아니라 무릎도 발목도 손목도 약하구나. 통증의학과 의사 선생님은 아주 바른 자세로 해도 아직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너무 무리 주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운동 후 바로 다음날보다 다다음날 더욱 근육통이 오는 편이다. 이때 스트레칭 이외의 운동을 무리해서 하면 탈이 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꾸준히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니 주 1회 정도 깊은 요가를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요일을 정해두지는 않는다. 스트레칭은 매일 하되, 선택지를 넉넉히 두고 이전의 활동으로 타이트해진 근육이 풀릴락 말락 할 때쯤 요가를 한다. 회복이 빠를 땐 주 2회를 하기도 한다. 매일 수련을 해서 스스로 단련하시는 수련자들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내가 식집사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수련자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나중에 마음의 준비가 되면 식물에 가습기를 틀어주거나, 그날의 통증은 그날 풀리는 성실한 수련자가 되어 매일 매트 위에 올라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날이 오겠지만 오늘의 나는 이럴 때 요가를 한다.
마음 마르면, 몸이 굳으면 흠뻑 요가합니다.
2월 4일 일요일
오늘의 아사나 - 하이런지
허벅지 운동이 에너지를 후끈 사용하게 해 줘요
허벅지가 호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