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나무가 되어

저 언덕위, 내 몸을 심고 꼭꼭 밟아 주세요

당신의 나무가 되어

주영헌

당신, 

저 언덕 위에 내 몸 심고 꼭꼭 밟아 주세요 

당신과 내가 흘린 눈물로

관절과 관절 사이 느슨해지면

그 틈 사이로

잔뿌리 돋아날 것입니다 

발가락을 뻗듯 땅속으로 뿌리를 내리겠지요 

준비된 내 몸은, 

당신을 만나러 한 발자국 더 나아갈 것입니다 

당신을 원하는 만큼

줄기 한껏 부풀리고 

당신을 껴안았던 팔처럼 돋우어

무성한 푸른 잎을

한가득 피워 올릴 것입니다 

당신 곁에서

여름날의 그늘이 되어

한 생(生)같이 살고 싶었던 소원을

길게 이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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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