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니모

누군가에겐 잊혔다는 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플래니모

주영헌

나는 플래니모※

어느 사물 하나도 소용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나는 분명히

세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태어난

외톨이

외톨이로서 역할을 다하자 

외로움이란

당신의 가슴과 내 가슴의 동선 밖에서 

우두커니가 되는 것

단 한 번이라도 내가 당신을 중심으로 공전한 적이 있었을까 

마음의 뒤란을 확인할 수 없는 달처럼 나는 

당신의 인력권에 다가설 수 없었다 

배후의 배후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나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에겐 잊혔다는 말도 행복하다 

화려한 소멸이 나의 목적지라면, 

단 한 번만이라도 당신

인력권 안쪽의 풍경을 확인하고 싶다 

※플래니모(Planemo) ‘떠돌이 행성’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그 존재의 특별함 때문에 영화나 문학작품에 자주 인용된다

---

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