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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영헌 Sep 23. 2022

자살 숲

뒷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매일 목을 맵니다


자살 숲


주영헌



일본에는 자살 숲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핸드폰도 나침판도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것입니다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뒷산을 걸으면서 자살 숲을 생각합니다 


저기 적당한 나무,

튼튼한 줄 하나 걸기에 충분합니다

적당한 가지를 골라 줄을 걸고 매듭을 매면 끝


어떤 생의 방법론이 저렇게 명료할 수 있을까요 


지금껏 나는,

삶의 거미줄에 얽혀서도 날아오르는 것만을 생각하는 곤충처럼

부단한 날갯짓으로 살았던 것입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것이라는 

도덕적 세뇌


내 속의 진심을 훔쳐보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있을까요 


뒷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매일 목을 맵니다 

내 얼굴을 닮은 수십 개의 허깨비가 

줄에 매달려 대롱거립니다




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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