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매일 목을 맵니다
주영헌
일본에는 자살 숲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는 핸드폰도 나침판도 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것입니다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뒷산을 걸으면서 자살 숲을 생각합니다
저기 적당한 나무,
튼튼한 줄 하나 걸기에 충분합니다
적당한 가지를 골라 줄을 걸고 매듭을 매면 끝
어떤 생의 방법론이 저렇게 명료할 수 있을까요
지금껏 나는,
삶의 거미줄에 얽혀서도 날아오르는 것만을 생각하는 곤충처럼
부단한 날갯짓으로 살았던 것입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을 것이라는
도덕적 세뇌
내 속의 진심을 훔쳐보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있을까요
뒷산에 오를 때마다 나는 매일 목을 맵니다
내 얼굴을 닮은 수십 개의 허깨비가
줄에 매달려 대롱거립니다
주영헌 시인은...
∘ 시 낭독에 진심인 시인.
∘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신인상(시), 2019년 불교문예 신인상(평론)으로 등단
∘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외
∘ 김승일 시인과 함께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평일 아침 6시 30분 소셜앱인 <클럽하우스>에서 「시로 시작하는 아침」을 진행하는 등, 시·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