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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경 Apr 12. 2017

일본 Japan

04  교토 Kyoto  후시미 이나리 신사


일본에서의 마지막 날.

큰 이변이 없다면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휴가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잠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

Fushimi Inari-taisha Shrine


마지막 날의 짧고 굵은 일정이다. 





















교토에서 만나 친구가 된 리즈상이 준

비닐우산이 있었다.

호텔을 떠나기 전, 짐이 너무 무거워

두고 올까 하다가 리즈상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기어코 챙겨 나왔던 그 비닐우산.


마지막 일정을 위해 

교토역 물품 보관함에 짐을 넣는데 

보관함에 둘 짐, 가져갈 짐을 나누던 중

우산을 고이 넣어두고 온 탓에 

우산을 대신해 그날의 비는 내가 다 맞았다.





































비가 온 덕분에 

운치 있는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경험하게 되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운치에 심취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있는 힘껏 내렸다. 




















비 오는 숲 속 신사의 운치 있는 광경을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인적 없는, 운치 있는 신사의 모습을 

고즈넉히, 온전히 담고 싶은 마음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성가시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부터 인적이 드물어지더니

주변엔 숲에 나와, 신사뿐이었다. 

















그때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일본어를 몰라서 중간지점에 지도를 

그냥 스쳐 지나왔다. 

길은 하나뿐인데 끝은 안 보이고 

중간지점의 상점 문은 닫혀 있고

비는 더 세차게 오고 


무엇보다 성가시던 관광객들이

다 어디로 간 건지.

아무도 없고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깊은 산중의 느낌에서 벗어나

지면과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어수선한 인기척이나 분주한 온기 같은






















































단 한 사람도 없던 숲 속 신사에서

단 한 사람을 만났다. 더 무서웠다. 




































































































날씨와 상황에 따라 

이렇게나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구나.

라는 걸 새삼 느꼈다. 


운치에 공포를 더해

내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게 된

후시미 이나리 신사.































































기차와 역, 기차역 


기차역은 기차와 역인데
기차는 항상 왔다 가고 역을 항상 그 자리를 지킨다

기차는 역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역 같은 사람은 기차 같은 사람을 만나야 하나보다 




















이렇게 잠시 멈춘 순간이 그립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

1. 
숙박은 꼭 
창문이 있는 곳에서 

2, 
피치항공은 앞으로 내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안탈 것 


항공권에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는 다짐은

항상 여행하며 까맣게 잊어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인 것 같다.


3. 
짐은 최소한. 
말만 '배낭여행'이어도 좋으니 
캐리어는 꼭 챙길 것
















저가 항공은 추가로 지불해야 할 것들이 많다


입국을 위해 탑승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삼각대가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나머지는 짐으로 붙이고 삼각대는 가지고 갔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기 직전 

다른 직원이 나에게 삼각대 반입이 안된다는 것


나는 일본어 소통이 불가능하고

그땐 와이파이도 되지 않아

번역 어플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나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크레딧 카드를 달라는 것뿐.


그렇게 결국 수하물 비용을 두 번 냈다.






















9만 원 상당의 입장권을 내고

구름 위로 올라오는 관람차를 타는 게 

내 마지막 일정이라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구름처럼 평온하게 
귀국















위치 Location


후시미 이나리 신사

Fushimi Inari-taisha Shrine


시간과 체력의 여유가 된다면
그리고 몸과 마음이 맞는 일행이 있다면 
가벼운 트레킹 일정으로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비 오는 날이 아니라면, 혼자가 아니라면,

 
아니면 그냥 주황색 기둥 찍고 오는 일정인데
그러기엔 아까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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