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채권관리사입니다 2

채권추심이 나아갈 길 ​

by 남지만 작가


지난 15여 년간 채권 추심과 신용 관리라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의 뒷모습을 목격해 왔다.
냉혹한 숫자가 지배하는 세계 같지만, 그 속에서 제가 배운 것은 거창한 경제 지표보다 평범한 이들의 식탁에 놓인 온기, 그리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점이었다.
어느덧 머리칼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나이가 되어, 2026년 봄의 길목에서 그간의 소회를 문득 적어 내려가 본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완연한 봄기운이 차오르는 2026년 3월, 우리 사회는 큰 변화의 물결 속에 서 있다.
특히 부동산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정책 신뢰도가 51%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현장에서 일하는 제게도 큰 울림을 준다.
집이 더 이상 투기의 대상이 아닌, 고단한 하루를 쉬게 하는 '안식처'로 돌아오길 바라는 서민들의 간절함이 반영된 결과다.
주거 불안으로 무너지던 수많은 채무자를 보아왔기에, 이 작은 변화가 주는 무게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나라 경제의 체질도 바뀌고 있다.
AI 시대를 대비해 쏟아부은 대규모 예산과 첨단 산업 육성은 단순히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다.
여기에 지역사랑상품권이나 대중교통 패스 같은 체감형 정책들이 더해지며, 큰 담론과 소박한 복지가 조화를 이루려 애쓰고 있다.
국정 지지율이 60%에 달하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실제로 일하는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냉정한 기대가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깊은 법이다.
추진력이 강할수록 '독주'라는 비판이 따르고, 협치라는 숙제는 여전히 우리 앞에 남아 있다.
성장의 그늘에 노동과 분배의 가치가 가려지지 않도록 살피는 일, 그리고 연금과 교육 같은 시대적 난제를 풀어가는 일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도는 정부가 짊어진 무거운 멍에일 것이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15년 차 베테랑인 저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채권을 추심해야 하는가."

정부의 민생 안정 기조는 우리에게 이제 단순한 '돈 받아내는 기술자'가 아닌, '신용의 설계자'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이제는 무작정 전화를 걸어 압박하던 시대가 아니다.
AI가 분석한 데이터를 통해 채무자의 소비 패턴과 급여 주기를 파악하고, 그들이 실제로 돈을 갚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을 찾아내야 한다.
무분별한 독촉보다는 그들의 사정에 맞는 맞춤형 계획을 제시하는 '데이터 큐레이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베테랑의 진가는 이제 목소리가 아닌 법률적 해박함에서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경매와 공매의 중요성도 커졌다.
등기부등본의 행간을 읽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해 회수의 퇴로를 확보하는 세련된 능력이 전문가의 품격을 결정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생'이다.
채무자를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회생이나 신용회복제도를 함께 제안하며 그들이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채무자가 다시 일어서야 채권도 회수될 수 있다는 '상생의 역설'이야말로 가장 영리한 전략이다.
​결국 기계가 닿지 못하는 영역은 '사람의 온기'다. 아무리 AI가 모든 것을 예측해도, 숫자가 읽어내지 못하는 절박함과 목소리의 떨림을 감지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중앙신용정보 같은 대형 업체들이 시스템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살아남는 이는 결국 채무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상환 의지를 이끌어내는 '공감의 기술'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추심은 한 인간의 무너진 신용을 다시 세우는 '금융의 재건축' 과정이다.
2026년의 우리는 더 이상 어둠 속의 추격자가 아니다.
투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법적 정당성을 지키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며 신용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숫자의 심장을 읽되 인간의 도리를 잃지 않는 것.
이것이 15년의 세월을 보낸 제가 후배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내일의 지침이다.
2026년의 봄이 훗날 우리 모두의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진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