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엄마의 일상
결혼에 이어 그동안 내가 업데이트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상 중의 하나는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것이다.
시작은 2022년으로, 오랫동안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던 나는 베를린에 강아지 쉘터 몇 군데를 찾아 연락하기 시작했다. 독일 쉘터에서 강아지를 입양받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왜냐하면 정말 많은 요구사항과 인터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와 내 파트너 수입 공개는 물론, 영상통화 혹은 방문으로 집 크기와 마당 여부까지 체크한다. 우리는 처음에는 오피셜 한 쉘터에 연락을 했다가 너무 경쟁이 치열해 답장이 오지 않아서, 나중에는 루마니아 강아지를 데려오는 사설 유기견 센터와 연락을 했다.
초반에 서류 작업 후 인터뷰를 하고, 우리도 센터도 서로가 마음에 들어서 임보자와 강아지와 함께 공원을 걷기로 했다. 우리가 만난 강아지는 Foxi라는 아름다운 임시 이름을 가진 아이였는데, 어찌나 큰 상처를 입었던지 걷는 내내 우리가 조금만 가까이 오면 짖고 마지막에 잔디에 앉았을 때는 남자친구 손을 물어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에는 강아지 입양 절차가 취소되었고, 우리도 데려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겁을 먹어 랜선 이모로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남자친구 고향에서 아버지가 아는 브리더 분이 새끼 강아지 5마리가 태어나서 입양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강아지들 사진을 보자마자 꽂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강아지가 우리가 데려온 마루였다. 마루라는 이름은 마루 종인 Pastore della Lessinia e del Lagorai가 이탈리안 셰퍼드여서 산마루에서 가져왔다.
처음에 본 마루는 브리더 분에게 받은 네리나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탈리아어로 작은 검정이란 뜻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동그랗고 예쁜 데다가 사람도 좋아하고, 형제랑 노는 것도 너무 좋아하는 긍정적인 강아지였다. 브리더 분은 전문적인 브리더가 아니라 강아지를 사랑하는 분이었어서 두 번 정도 이탈리아에 가서 그분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같이 강아지 산책도 하면서 우리가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커플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시기도 가졌다.
맨 처음 마루를 데려오던 날은 낯설고 굉장히 힘들었다. 우리는 마루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차로 돌아왔는데, 12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데려와야 했고, 아기 강아지인 마루는 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아무리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해도 자꾸 매트에 오줌을 싸서 차에는 오줌 냄새가 진동이었다. 그 와중에 휴게소에 갈 때마다는 모든 곳이 신기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녀서 계속 정신을 곤두세워서 지키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베를린 집에 왔을 때도, 초반에는 화장실을 가리지 못해 배변패드 밖에 싸기 일쑤였고, 집에 마루장판은 냄새도 나고 나무도 일어나 버렸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매일 새로운 책이 찢어져있고 물건이 부서져있어서, 하루는 아끼는 한정판 잡지가 다 찢어져있을 때 나도 거실에서 그냥 펑펑 울어버렸던 기억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강아지도 성장하고, 나도 마루랑 함께 개 부모로서 성장해서 이제는 같이 산지 1년 4개월이 되었다. 이탈리아셰퍼드여서 산에서 날다람쥐처럼 산을 탈 때마다 괜히 독일로 데려왔나 미안하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에 나가기 싫어할 때도 날씨 좋은 곳이었으면 더 좋았으려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으로 강아지가 하나 더 늘어난 것에 힘들 때보단 감사하는 때가 대부분인 것 같다. 가끔 옆에 누워서 마루 털에서 꼬순 내를 맡을 때마다 이 강아지 없는 삶은 상상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가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