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명못정함 May 18. 2024

영양군 비하뿐인가‥창피함 모르는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경북 영양군 비하 논란이 한창이다. 이 채널 구독자는 아니지만, 언젠가 쇼츠에 뜬 영상을 우연히 때부터 불안하더라니 결국 이렇게 됐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쇼츠 영상은 사소한 내용일 수는 있다. 이용주가 열을 올리며 본인이 사는 수지는 용인과 다르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대목. "용인 집적 가봐라, 수지는 기흥구 처인구와 다르다" 등의 발언을 하는 장면이었다.


좀 놀랐다. 아무리 유튜브라지만, 방송인이 300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에서 이런 말을 노골적으로 한단 게 당혹스러웠달까.


물론 현실에선 이용주의 말도 뭐‥일리가 없진 않다. 수지는 용인으론 잘 안 불린다. 그 외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수원 광교, 화성 동탄 등의 거주자들도 대부분 시의 이름보다 신도시 이름을 말한다. 이는 말 그대로 이곳들이 신도시라 여차저차 풍토가 된 걸 수도, 혹은 자신이 신도시에 산다는 데 대한 일종의 우월감에서 비롯된 표현일 수도 있다.  


피식대학 유튜브 갈무리.


이용주의 경우 발언의 앞뒤 맥락을 보면 후자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서 깜놀이었던 게다. 제 아무리 현실이 그렇더라도, 방송인이 이런 말을 아무렇잖게, 심지어 의도적으로 무한반복을 한단 게…역시 유튜브는 다른 세계인가.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는 연예인 처음 봤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이 "수지는 용인과 다르죠"라고 말한다면, 이게 상상이 되나.


이용주로서는 재밌자고 농담한 걸 수도 있으나, 실은 요즘은 꼭 방송이 아니더라도, 그냥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끼리도 "수지는(혹은 일산, 광교, 동탄 등) 용인과(혹은 고양, 수원, 화성 등) 다르다"며 목에 핏대 세우지 않는다. 이런 식의 '신도시 부심'이 얼마나 민망하고 눈꼴신 행위인지 인식이 제법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피식대학 영양군 방문 한 장면. 사진=피식대학 갈무리


비판의 화살이 쏟아진 지난 5월 11일 경북 영양군 방문 영상. "완전 깡시골" "여기 중국이냐" "할매 맛 나는 젤리" "강이 똥물이네" 등 여러 말이 논란이 됐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심각하게 본 표현은 아래 이용주의 워딩이었다.


"영양의 젊으신 분들이, 인스타에 올리시고, 저희가 떴다는 걸 알고, 아까도 여성 두 분 계셨는데, 화장을 곱게 하시고 계속 돌아다니고 계시더라고." 


이게 과연 제정신으로 내뱉은 말인지 아직도 몹시 의아하다.


내친김에 영양군을 소재로 한 이 방송을 풀버전으로 다 봤다. 대단히 큰 의문이 뇌리에 계속 따라다녔는데…피식대학팀은  방송이 욕을 먹을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냐는 거다. 영양이란 지역뿐 아니라, 이곳의 음식과 공무원, 게다가 시민까지 일제히 우습게 한 콘텐츠였다.   


첫 장면부터 비상식적이었다. 정재형이 "내가 만약 공무원이라 여기 발령된다면, 하 여기까지만 할게" 말하자 김민수·이용주가 낄낄대고 웃는 씬이다. 초반부터 이런 식이면, 속된 말로, 아예 마음먹고 영양군 이미지 조지겠노라 만든 콘텐츠가 아니었을까 물음이 여전하다.


당최 왜 이런 식이었을지 싶어, 피시대학 영상 몇 개를 더 찾아봤다. 이전까진 알고리즘에 뜨면 몇 개 보는 정도였는데, 굳이 찾아보긴 처음이었다.


눈에 띄는 영상은 경북 구미 '티니핑랜드'에서 노는 콘텐츠였다. 이는 내 뇌피셜인데, 피식대학이 이때부터 야금야금 속칭 '지방 디스'에 재미를 붙이다 영양군 편에서 선을 제대로 넘은 게 아닐는지…

    

피식대학 경북 구미 티니핑 랜드 콘텐츠 갈무리.
피식대학 경북 구미 티니핑 랜드 콘텐츠 갈무리.


티니핑랜드편도 시종 다른 놀이공원과 비교하며 열악한 점을 부각하는 형태로 웃음을 유도했다. 초장부터 소규모 주차장을 훑고는 '비효율 끝판왕'이라 꼬집거나, '츄러스 대신 추어탕집이 있다'며 촌스럽다는 뉘앙스를 남기거나.


놀이공원에 입장해서도 공사트럭이 눈에 띄자 "놀이기구다, 탈 수 있다"비웃었다. 놀이기구에 올라탈 때마저 열악한 지점을 빠짐없이 꼬집었고, 안전벨트를 제 멋대로 이마나 목에 맨 채 이용하며 저들끼리 '낄낄 깔깔' 웃기 바빴다.


놀이공원에 열악한 점이 있었다면 이는 지적은 하되, 웃음 포인트는 다른 데서 잡았더라도 충분했다. 피식대학은 일관되게 이곳을 조롱하는 분위기만 연출했다. 


여기서 출연자는 상의를 탈의한 채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다. 한눈에 봐도 어린이들이 즐겨 타는 놀이기구였다. 유튜버나마나 30대 중반 남성이 이런 데서 웃옷을 벗은 자체가 엄청난 민폐다. 스스로들 창피하지도 않았을까.




언젠가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은 유명해진 직후 잠깐 연예인병에 걸린다. 그러다 논란에 휩싸이거나, 혹은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들면 치료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피식대학 출연진들은 전부 지상파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라고 한다. TV개그맨 시절엔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감초 같은 코미디언들이었는데, 이제야 유튜브를 통해 저마다의 개성과 재능을 뽐내고 있는 듯하다.


혹시 이제야 인기와 사랑을 누리다 보니, 지금이 잠깐 개념은 그 타이밍이 아닐지‥딱하면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고치면 되니까. 이번 논란을 계기로 피식대학팀이 정신상태를 재정비하고 다시 시작하길 기대한다. 


이들의 영상을 몇몇 더 찾아봤는데, 이용주는 기독교 방송국인 CBS에 출연해 간증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믿는 신과 가족의 사랑을 기적처럼 느꼈다고 했고, 꿈에 바라던 개그맨이 되고선 동료에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배려했다고 한다.


피식대학의 영양군 비하 논란은 그런 모습들과는 정반대였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    

       

CBS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 갈무리.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하기' 만으론 부족하거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