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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 Mar 05. 2017

북오프

ブックオフ


내가 북오프를 처음 방문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한창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군대에 있을 무렵 일본 소설 붐이 일었고, 나도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 당시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서 무라카미 류, 츠지 히토나리, 히가시노 게이고,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소설가를 알게 되었다. 전역을 하고 나서도 일본 소설을 계속해서 읽었다. 하루키의 장편을 한 편씩 독파해 나갔고, 단편도 빠짐없이 읽어나갔다. 오쿠다 히데오, 가네시로 가즈키,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새롭게 알게 되었고, 세상을 떠난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에까지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 소설에 푹 빠진 나머지 원서를 구해서 읽는 행동을 강행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원서를 구입했었는데,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북오프라는 중고서점을 알게 되어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첫 북오프 경험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철수를 하여 사라지고 없는 신촌의 북오프 매장. 그 당시에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북오프 매장이었다. 



지금은 어디를 가도 노란색 배경에 파란 글씨로 “BOOK・OFF”가 새겨진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퇴근길에 집 근처에 있는 북오프에 들러 내가 찾는 책이 들어왔나 확인해 볼 수도 있고, 주말에는 시내에 있는 큰 매장에 가서 하루 종일 책 쇼핑을 할 수도 있다. 중고 서점이라 내가 찾는 책이 없을 때가 많지만 어떤 때는 찾고 있던 책을 비교적 괜찮은 상태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내가 주로 관심을 갖고 보는 종류는 역시 소설이다. 양장판은 거의 사지 않고 문고본만 구입하고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고본을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자리도 그리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마스다 미리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상태가 좋은 책을 발견하는 족족 사들이고 있다. 북 오프 안에서도 가격 차이가 있는데 보통 문고본의 가격은 정가의 60퍼센트 전후로 판매되고 있다. 200엔 후반에서 400엔 초반대로 가격이 매겨지는 샘이다. 그리고 그보다 상태가 떨어지거나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108엔 균일가로 판매하고 있다. 나는 보통 108엔 코너에 있는 책들을 구입한다. 108엔이라고 해서 무조건 구입하는 것은 아니고 그중에서도 상태가 좋은 책들을 판별해서 구입하고 있다. 종이 색이 누레질 정도로 오래된 책은 냄새가 나서 읽기 힘든 경우를 종종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고본의 소설 외에도 학습서나 자기 개발서, 실용서 등을 판형이 큰 책으로 구입하고 있다.



북오프의 매력 중에 하나는 점내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에 있다. 대개  J-POP이 흘러나오는데 그게 꽤 귀에 익은 노래들이다. J-POP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듣는 즉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대중적인 곡들이 대부분으로,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차분히 가라 않으며 편안한 상태로 돌입한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를 더 듣기 위해 괜히 매장을 어슬렁 거리기도 하고, 스피커 바로 옆으로 가서 그곳에 있는 책을 꺼내어 들춰 볼 때도 있다. 북오프에서 나오는 노래를 그 선곡 그대로 내 핸드폰에서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점내 방송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래 중간중간에 아르바이트생이 멘트를 할 때가 있는데 그것이 참 감칠맛 난다. 손님이 맡긴 중고 도서의 가격이 다 매겨지면 손님을 카운터로 오게 하기 위한 안내 방송으로 뭐 대단할 것도 없지만 그걸 듣고 있노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먼저 그 주간의 이벤트나 북오프 이용안내 등의 정해진 멘트를 하고 나서 "번호표 몇 번 손님 카운터로 와주세요."라는 식이다. 간혹 가다가 성우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근사한 목소리로 방송을 하는 아르바이트 생이 있는데, 그럴 때는 귀를 쫑긋 세우고서 방송에 집중한다. 오랫동안 찾고 있던 책을 발견했을 때만큼이나 그런 목소리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 또한 적지 않다. 도쿄 시내에 있는 북오프 매장 중에서는 이케부쿠로 매장을 가장 좋아한다. 규모도 가장 크거니와 점내도 널찍하니 쾌적하다. 사람이 많은 것만 빼면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매장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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