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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뚠뚠 Aug 04. 2024

외국 직장러의 장단점 꼽기

달라서 재미있고, 달라서 환장하는...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직장 생활은 한지는 이제 8년이 다 되어가지만, 찐 외국 직장의 생태계에 들어온 것은 이제 갓 1년차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다양한 형태의 회사들을 국내외로 거쳐온 만큼, 내가 느껴본 장단점을 가볍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사진은 날씨가 좋았던 밤에 야외 시네마 이벤트에 놀러갔던 사진... 싱가폴은 여름 나라인지라, 야외 저녁 행사들이 많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재미있는 행사들이 종종 있다!)


장점


업무 시간/환경의 유연성

입이 닳도록 말해도 좋은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업무 시간/환경의 유연성이다.

기본 업무 시간은 9 to 6 지만, 자신의 업무 및 생활 패턴에 맞추어 유연하게 근무가 가능하다.

오전 잠이 많아 오후 2시부터 밤 10~11시까지 근무하는 직원도 있고, 이른 오전 미팅으로 하루를 시작했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찍 노트북을 닫고 집에 가기도 한다.

내 경우, 한국 회사에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9-6의 근무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꼭 채웠어야 하는데, 외국 회사에서는 내 일만 (잘) 끝내고 커뮤니케이션만 (잘) 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디폴트로 재택 근무를 하고 분기별로 한번씩 회사에 얼굴만 비추는 친구들도 있고, 몇일 혹 길게는 몇 주씩 다른 나라에 놀러 가서 업무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수평적 업무 문화

여기에서도 물론 보스는 어쩔 수 없는 보스이지만... 그래도 서슴없이 반대 의견을 말하고 오픈된 토론이 가능하다. 강한 하이라키가 없으니 힘으로 찍어누르는 사람도 없다. 호칭이 주는 힘도 꽤 크다는 것을 느끼는데, 서로 이름을 부르다보니 너도 나도 쟤도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협동으로 업무를 진행하다가, 뒤늦게서야 이 친구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되고 놀라는 경우도 많았다.


Diversity를 고려한 다양한 건강 보험 혜택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전 네트워크를 통틀면 십만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는 업계 내 큰 규모의 회사이다. 그래서 보험 커버리지가 꽤 넓고 좋은 편인데, 나에게는 "이런 것 까지 다 커버해준다고...?" 싶은 수준이다. 전문가를 통한 개인의 심리 상담은 물론이고 ADHD, 난독증을 비롯하여 멀리는 난자 냉동, 성 전환 비용까지 일부 커버가 된다. (난자 냉동 및 성 전환은 up to S$10,000 annual limit이다.)


성장의 기회 (커리어/개인)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생각할 만한 장점이니, 아주 짧게만 써본다면... 내 safety zone 밖에서는 무엇이든지 다 새로운 도전이다. 새로운 문화, 언어, 사람들. 내가 한국에서만 있었다면 단기간에 하기 어려웠을 경험들을 통해서 내 세계가 더 넓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싱가폴의 경우 큰 회사들의 RHQ 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어서 커리어를 넓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선택인 것 같다.


다양한 문화의 흡수와 새로운 친구들

개인의 성장의 기회의 연장선 상에서 - 다양한 인종의 용광로와 같은 이 곳에서는, 참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동서양 사람들이 섞여 사는 이 곳에서 다양한 삶의 패턴과 자세들을 배우고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며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싱가포르에서 자라온 친구들은 최소 2~3가지 언어 (중국어, 영어, 말레이)를 배우게 된다. 새로운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라던데, 그래서 그런지 이들은 "다름"이 대수롭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양한 문화권의 친구들을 만나서 그들이 살아온 얘기를 들고 현재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새롭고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에, 인종과 언어를 넘어서서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다.


상사 눈치 안보는 긴 휴식  

한국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연차의 횟수와 그 외 다양한 연차 (Mental Care leave, Kitkat day, birthday leave...)를 통해서 상사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다. 내 휴가 내가 쓴다는데 누가 간섭을 해? 라는 마인드로 정말 맘 편히들 쉰다.


그렇다면 단점은...


신분/고용의 불안정성

영주권 혹은 시민권 보유자가 아니고서는, 안정적인 거주가 보장되지 않는 외국인. 현 회사에서 잘리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 특정 기간 내에 내 비자를 지원해 줄 새로운 회사를 찾지 못한다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외국 회사들의 경우 한국과는 다르게 고용의 불안정성도 매우 큰 편인데,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인정사정없이 잘려나가는 구조이다. High Risk High Return인데, 급여가 높지만 그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져서 끊임없이 나의 성과를 증명해야하는 구조다.


언어/문화적인 차이

전형적으로 장점이 단점이 되는 경우로, 달라서 재미있고 또 달라서 환장하게 된다. 수직적인 문화를 선호하지만, 나보다 10살이 어린 인턴이 서스럼없이 내게 친구처럼 대할때, 가끔 조금 당황스럽긴 하다. 팀 그룹챗에서 친구 부르듯 상사를 "@"태그해서 서스럼없이 무엇을 요청하거나 반론을 피력하는 것을 보면서, 가끔 놀라기도 한다.

언어적인 차이는 말하자면 끝도 없는데... 나는 해외에서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인지 초반에는 언어가 가장 힘들었다. 영어는 분명 영어인데, 호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싱가포르인들이 하는 영어는 왜 다 다른것인가... 동시에 웃음이 터지는 것을 보니 방금 이 친구가 내뱉은 말이 농담이었던 모양인데, 남들의 눈치를 보고 따라 웃은 적도 있었다.


모든 것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내게, 외국에 있는 찐 외국 회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안락한 집을 벗어나 정글로 뛰어든 느낌이었다. 수평적인 업무 문화가 좋다고 했지만 가끔은 상사의 말만 따르면 됐었던 한국 회사의 문화가 편했었다 싶기도 하고, 회식을 좋아하지 않았었음에도 아주 가끔은 그렇게 다져지는 끈끈한 정이 생각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회사 임원과 나누는 스몰톡은 아직도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다.


아직도 부딪치고 깨지며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쯤 내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도전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한 곳에서만 살기에 세상은 참 넓다. 그리고 영어만 배워도 내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넓어진다. 원어민 수준이 아니어도 된다. 원어민들도 모든 단어를 아는 것은 아니고, 그들도 가끔 문법은 틀린다. 내 전문 분야에서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면 도전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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