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와서
처음으로 농사 지으며 자급자족을 시도했을 때 놀랐던 것이
이맘때 먹을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보릿고개를 처음 겪어본 것이죠.
보릿고개.
다들 알고는 계시겠지만 겪어본 적은 없는 단어일 겁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음력 4~5월이 보릿고개입니다.
지난해 가을 수확한 쌀이며 잡곡들은 거의 바닥이 나고
보리는 아직 덜 여물어 먹을 게 없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설익은 보리를 구워 먹다가
입 주변이 시커멓게 됐다는 어르신들 추억도 들을 수 있지요.
그런데 곡식뿐만 아니라 채소류도 별로 먹을 게 없습니다.
봄에 자란 채소는 꽃대를 올려 못 먹고
열매류는 아직 덜 자랐거나 이제 열매가 생기는 중입니다.
요즘은 시설재배가 많고 수입도 하니
싸든 비싸든 사시사철 먹을 게 넘쳐나
보릿고개 같은 건 모르고 살지만
계절에 맞게 자연스럽게 농사지으면 어떤 상태인지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수입, 날씨, 에너지 같은 것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먹을거리는 어떤 상황이 될지
한 번쯤 생각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