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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Nov 30. 2024

Carol of the bells

올해 첫 캐럴

Carol of the bells


    첫눈이 갑자기, 그리고 요란하게 덮치더니 떨어지지 않은 단풍잎 위를 하얀 눈으로 덮어버렸다. 빨간 단풍잎에 하얀 눈... 이런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올해 겨울의 시작이 조금 거친 듯하다. 대만에서 출장온 어느 직원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고 하고, 중국인 친구는 한국에 눈이 많이 왔다는 뉴스에 내가 있는 곳도 눈이 많이 왔냐며 사진 보내달라고 재촉하기에 상고대처럼 무거운 눈을 힘겹게 들고 있는 가지들과 눈바람 날리는 풍경 사진을 보냈다. 마냥 '이뻐요'를 연발한다. 퇴근길 주차장이 되어버린 도로 위 차 안에 꼼짝없이 두 시간 갇힌 사실을 그리 힘주어 강조해서 얘기했건만 그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는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눈구경 실컷 해서 좋겠다는 소리에 그저 웃기만 했다.


    Carol of the bells. 그렇게 날리는 눈 발 속에서 올해 처음 듣게 된 캐럴 송이다. (이 곡을 캐럴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살짝 미심쩍긴 하다. 곡 제목에 캐럴이 있긴 하지만) 이 곡이 원래 어디서 온 곡인지 조금의 지식이 있었기에 첫 캐롤이 반갑기는 하지면 썩 즐겁지만도 않게 착잡해진다. 거기에는 전쟁 1,0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가 있다.


    이 곡을 처음 영접하게 된 건 참 오래전 이야기다. 유명한 곡이다 보니 여러 장르의 버전으로 곡이 편곡되었고 내가 처음 접한 건 프로그레시브 메탈 그룹 Savatage의 연주곡인 Chirstmas Eve/Sarajevo 에서 시작한다. 이 곡이 담긴 앨범이 발매되면서 처음 듣게 되었으니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듯하다. 그렇게 오래되었고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깊은 인상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여전히 간간이 듣곤 하지만 요즘처럼 피아노 멜로디가 강렬하게 들렸던 적은 없는 듯하다. 피아노를 좋아하고 클래식도 즐겨 듣지만 DNA에 새겨진 록 마니아, 그 음악 취향이 평생 어디 가지도 않을 듯하다. 록 음악에서 피아노의 위치가 클래식만큼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풍부한 멜로디와 감성을 만들어내는데 건반만 한 건 없는 듯하다. 오케스트라급 악기 구성을 거느린 밴드라면 건반의 위치는 더욱 중요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다. '피아노'가 있고 그리고 '건반'이 있다. 건반에서 피아노는 여러 음색 중 하나일 뿐이다. 피아노 음색이든 일렉트릭 향이 가득한 음색이든 건반은 기타나 베이스가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워주는 없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특히 맑고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는 피아노 음색만 한 건 없는 듯 한데...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곡이 본디 우크라이나의 전통 성가에서 시작하여 이 멜로디를 가져와 크리스마스 버젼인 Carol of the Bells로 작곡되었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와 가사가 덧 붙여진 곡이라 한다. 그래서 Carol of the Bells로 검색하면 감동적인 수많은 연주곡, 편곡 버전을 찾을 수 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여러 버전으로 편곡되었지만 Savatage나 TSO (Trans-Siberian Ochestra) 밴드는 록 밴드답게 좀 더 웅장하고 성가대를 동원한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클래식과 록 어느 한쪽만 편애할 수 없는 나에게 둘 모두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두 밴드에게 더욱 더 애정을 보내본다. 좀 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편곡 버전으로는 뉴에이지 마왕, George Winton의 곡이 있지 않을까 추천해 본다.


https://youtu.be/MHioIlbnS_A?si=xDlHEzAPJFC9DM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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