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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Jun 02. 2024

주말의 명화

인트로 음악은 강력했어

토요명화

 - 기타를 위한 아랑훼즈 협주곡 제2악장 아다지오

 -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Joaquín Rodrigo, 스페인)

주말의 명화

 - 영화 '엑소더스(Exodus, 1960) - 영광의 탈출'의 주제곡

 - 작곡가: 어니스트 골드(Ernest Gold) 


    어느 저녁, 둘째 아이의 학원 셔틀 봉사를 하던 중 라디오를 켰더니 흘러나오는 음악. 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고 그 찰나의 시간에 나를 30년 전으로 데려갔다. 쏙, 빨려 들어갔다.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 인트로 음악을 들으면 조건반사적 동물처럼 그 장면이 떠오르고 따뜻한 기억으로 차 안이 포근해진다. 그 영화는 따뜻한 이불속에서 봤었던 기억만 있으니까 그 이불까지도 차 안의 나를 감싸주는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라디오에서는 짧게 음악을 마치고 지금쯤 40~50대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추억을 더듬어준다. 아이가 맞장구를 쳐주려는 듯 그거 주 6일 일하던 시절 얘기야? 라며 흥미를 보인다. 그 낚시에 걸려든 아빠는 어린 시절 주말 저녁의 추억을 조곤조곤 털기 시작했다. 음악은 참 놀랍다.


    그 어린이는 이번 주말에는 어떤 영화가 있는지 신문을 받아보자마자 TV편성표를 맨 먼저 펼쳐본다. 영화를 보기 위해 숙제를 끝내고 (와... 난 숙제를 했던 아이였어. 이것까지도 기억난다.) 이불속에 쏙 들어가 광고가 몇 개나 나올지 '협찬' 수를 세어 보았다. 협찬 수가 광고 수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똑똑한 줄 알고 소름 돋았던 기억도 떠오른다. 기다림, 기대감, 포근함, 즐거움, 만족감, 설렘 (야한 장면 나왔을 때) 등등. 어쩜 그리 모두 다 좋은 기억만 남아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방송종료를 마치는 안내 방송이 있었고, 정규방송편성 끝까지 보고 나면 뭔가 보람찬 하루를 마친 것 같은 만족감까지도 품고 잠이 들었던 기억. 모두 추억이다. 딱히 기억나는 영화가 없다는 빼고는. 하하. 사실 그게 주말에 본 영화인지, 어디서 다시 본 영화인지 가늠이 안된 것을 변명이라고 해야겠다.


    30년이 더 흐른 주말 저녁. (무슨 얘기를 할지 당신 짐작하시죠?) 가족들은 각자 휴대폰으로, 노트북으로, TV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즐기고 있는 시간이다. 주말이 아니더라도 흔한 모습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디지털기기로 각자가 하고 싶은 시간에 할 일을 한다. 하나를 같이 본다는 어우러짐은 바짝 말라 쩍쩍 갈라져있다. 참 바쁘게 산다. 그 옛날 주말의 명화가 바쁘게 살던 각자를 한 방에 불러놓는 힘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걸 만들어 내기가 쉽지는 않다. 아날로그시계 시침, 분침, 초침이 한 시간에 한 번씩은 서로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디지털시계로 바뀌니 서로 만나는 게 보이질 않는다. 우리는 뭔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일까?


    메마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얘기는 흔하니까. 뭔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맞지만 단지 우리가 노는 모습이 달라졌을 뿐이라 생각한다. 해가 떨어지고도 집에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엄마 아빠가 쫓아와 야단맞을 때까지 동네 친구들과 구슬치기, 얼음땡, 불장난, 오락실...  하는 거나 게임, 유튜브, 코인노래방... 하는 거나. 세월이 흐른 것 밖에 달라진 건 없다. 아빠는 아빠의 추억이 있고 너는 너대로 너만의 지금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고, 그 추억을 다시 너의 아이들에게 전해줄 테니까. 추억은 소중하지만 그 추억은 나에게만 유효할 것이고 내리사랑이듯 추억도 내려가기만 하는 폭포수인 듯하다. 


    혼자 생각에 잠기며 흐뭇하게 입을 털다가 문득 너무 많이 나갔나? 이거 꼰대 아저씨 다 됐네라고 한 소리 듣겠거니 하는 차 안의 공기를 느끼고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아이는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이미 방금 내가 살짝 경멸해했던 휴대폰과 키득키득 대화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마치 자다 깬 듯 '뭐라고 했어?' 한 마디 비수를 꽂는다. 나 누구랑 얘기하고 있었니? 흑흑. 아이는 아빠의 실망감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그냥 안쓰러웠는지... 아~~ 들었어, 듣고 있었어. 뭐, 그럴 때가 있지. (응? 아이의 인생 2회 차 발언이 또 나왔다) 그래 너의 추억을 만들어 가거라. 지금 이 학원 셔틀도 언젠가는 한 추억 한 조각으로 남길 바란다. 야... 그때 너 할아버지가 말이야...


엑소더스 영광의 탈출

https://youtu.be/xn3t3OYNRIU?si=8emFeXBgrHSLfZ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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