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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Yu Jul 06. 2024

이 레슨이 끝나지 않기를

EGBDF

    피아니스트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을 하기 전에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본다면 생각을 다시 할지도 모르겠다. 예약을 걸어 두었던 책의 대출 알림을 받고 반가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으로 갔고 대출을 받았지만 정작 그 책은 뒤로 한 채 피아니스트 제러미 덴크의 음악 담론이 담긴 에세이 한 권을 읽고 있다. 도서관 신간 서적을 둘러보다 보면 음악 관련 코너는 내게 참새의 방앗간과 같고 특히나 피아노 관련 도서는 그 어느 책 보다 물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거의 한 달을 기다려 받은 예약도서는 이 책 때문에 결국 읽지 못하고 반납될 걸 예상하면서도 참.


    제러미 덴크가 누구인지 잘 몰랐던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악을 알고, 게다가 피아니스트라면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한 명의 연주자가 태어나기까지의 멀고 먼 여정, 살아온 여정을 자서전처럼 담담하게 읊어 나간다. 음악 에세이 중에 이만한 두께의 책이 흔하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할 얘기, 하고 싶은 얘기 그리고 책의 무게만큼이나 피아니스트로 가기 위한 발걸음을 결코 가볍게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다. 내레이터가 설명하는 듯 담담한 문체가 피아노 소나타 2악장에서 끝나는 기분이긴 하지만 가끔씩 튀어나오는 그만의 독특한 위트의 매력에 반하며 그의 긍정적인 성향을 짐작하다가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에서는 역시 음악가는 음악가로구나 라는 생각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문체가 담담하다하여 삶이 평온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전반부에 엄마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잠시 스치듯 얘기하였지만 우리가 아는 알코올 중독 문제는 그렇게 '잠시 스치듯' 얘기할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순탄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게 아님이 분명하다. 다행히 언제나 그의 주변에 음악이 흐르고 있었던 건 클래식 애호가인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고 그의 음악적 재능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짐작케 한다.

    

어린 시절, 첫 레슨의 혹독한 기억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질문이 책 뒷면에 눈에 들어온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그래, 하루도 빠짐없이 수 시간씩 피아노 앞에 매달려 있었겠지'라는 생각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 수준은 '이 레슨이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음악을 공부하는데 끝이 없다는 단편적인 의미로 이해한다는 것과 비슷한 듯하다. 한 곡 한 곡을 배워나가면서 한 음 한 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한 선율에 폭풍처럼 달려오는 화성과 맥락과 작곡가 그리고 음악에 대한 학문적 깊이와 주변 사람들과 피아노가 덴크에게 주는 의미가 농축되어 바로 그것을 손가락 끝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그 오랜 시간 피아노와 함께 해야 함을 마음으로 이해한다면 이 레슨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게 될 듯하다. 


    레슨, 지도교수, 혹독한 평가, 연주회, 짧은 일상 그리고 다시 레슨으로 돌아가는 도돌이표. 덴크가 레슨과정을 복기하며 불러들인 수많은 작품들 중에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곡이 많지 않아 완전히 책에 몰입하지 못한 건 내가 부족한 탓이리요. 하지만 그 간절한 영혼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가끔 아는 곡이 나오기라도 하면 참 반가워하는 내 마음을 읽어보면 다른 많은 곡도 알고 있고, 배워본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Every Good Boy Does Fine.... EGBDF  (그렇군...)


나도 나만의 레슨이다. 가자 골프연습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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