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처진다. 기력이 달려서? 애당초습관이 잘못된 것이라 누가 지적질하지 않고 애써 의식적으로 힘을 들이지 않으면 팔이 자꾸 쳐지고 손목이 내려간다.그게 제일 편한자세이까.
손목이 내려가면 손가락이 달걀을 쥔 모양이 아니라 축 늘어지니 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옆 건반을 슬쩍슬쩍 건드리면서 소리마저 지저분해진다.
얼마전 피아노를 거실로 옮겼다. 햇볕이 드는 창가 옆. (변색 우려도 있고, 건반에 썩 좋은 장소는 아니다) 옮긴 자리로 빨래건조대가 발 달린 것마냥 자꾸 옆으로 한 걸음씩 다가온다. 항상 옆으로 멀찍이 밀어 옮기고 연습하다 어느 날은 그게 귀찮아 내버려두고 팔을 건조대를 피해 높이 쳐들고 연습하곤 했다.
어라? 팔을 들어 올리니 덕분에 손가락 모양도 착해졌고 손가락에도, 소리에도 힘이 들어간다.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타건감이 색달랐다. 손가락을 들어올려야하는 부담도 줄어드니 힘도 덜 들어가는 듯 하다.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