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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드가 Apr 25. 2019

맛의 새로운 지평

소꿉 (Seoul, South Korea)

  예로부터 '한우'는 본래 최상급 식재료의 대표주자였다. 물 건너온 스시야와, 프렌치를 필두로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나서 잠시 주춤하는 듯하였지만, 언제인가부터 본앤브레드를 시작으로 모퉁이우, 현담원, 꿰뚫 등 다양한 '한우 오마카세'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나서 한우는 다시 미식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다양한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들이 등장하며, 보통 저마다 차별화된 색깔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기 마련인데, 여전히 우직하게 모든 것을 배제하고 소고기 본연의 '맛'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곳이 있다.

서울 미식의 중심지, 청담동에 위치한 소꿉이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7-10 3층)




소꿉 (Korean BBQ)

맛의 새로운 지평

  

  반년만에 한국에 돌아오자, 감사하게도 많은 지인 분들이 연락을 주시고 찾아주셨다. 반가움에 "밥 한 번 먹자!" 하시면서 내가 근무하는 청담동으로 찾아와 주시니, 그 덕에 청담동의 맛집들을 이곳저곳 경험해볼 기회가 생겼다.


소꿉은 절친한 금융업계 지인 S님의 초대로 처음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첫 방문 이후로도 우리는 청담에서 이곳만을 찾게 되었다.



진한 푸른빛의 깔끔한 인테리어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네다섯 개 정도의 룸만 준비되어 있으며 모두 예약제로 운영된다. 룸 내부는 여유 있는 공간에 4명이 앉아도 넉넉한 사이즈의 테이블이 놓여있고 여러 차례 방문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손님들의 대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방음으로 확실하게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한다.


서비스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우선 서버 분들이 굉장히 조심스럽게 일에만 집중하시기 때문에 대화에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룸마다 담당하는 서버가 한 분씩 계셔서, 식사 중에 무언가를 별도로 요청하지 않아도 괜찮다. 물이면 물, 찬이 면 찬 조금이라도 비워지고 부족하다 싶으면 아무 말하지 않아도 척척 준비해주신다. 코스가 나오는 속도도, 고기를 구워주시는 속도도 모두 고객의 편의를 배려해 주시는 느낌이었다.



소꿉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받은 첫인상은 '심플하다'는 것이었다. 기본 제공되는 찬의 종류도 4가지뿐이다. 참 투박한 한 페이지의 메뉴판, 별다른 코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오직 다양한 부위에 100g 단위로 가격이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바로 아래층의 도쿄 등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인분, 2인분 단위로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보통은 채끝과 안심 위주로 적당히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린다. 그러면 테이블을 담당하시는 서버분이 적당한 양을 들고 와 룸 한편에 준비된 저울을 재고 말씀을 해주신 후에 전문적인 솜씨로 고기를 구워주신다.


우연히도 방문할 때마다 매번 같은 분이 담당해주시는데, 정말 육즙이 가득하게 적당한 굽기로 세심한 손길로 구워주신다. 첫 한 점만을 구워주신 후에, 굽기의 정도는 괜찮냐 물어주시는 센스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동일한 질 좋은 한우를 사용하더라도, 일반인이 구웠다면 이 정도의 맛을 끌어낼 수 있을까 싶었다. 고기를 굽는 일에도 '전문가'라는 개념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던 경험.



소꿉은 '소고기를 굽다'라는 뜻으로, 어린 한우 암소 구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도 순수한 고기 본연의 맛을 잘 이끌어낸다. 처음 방문하였을 때는, 정말 언어 그대로 맛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경험이었다.



소금으로 세 가지가 제공되는데, 왼쪽부터 게랑드 프랑스 소금, 트러플 소금, 그리고 히말라야 암염이다. 히말라야 암염은 조금 짠맛이 강하고 게랑드 소금은 입자가 너무 굵어, 중간의 트러플 소금이 가장 어울린다. 



식사를 마무리하는 된장말이 밥. 서비스로 제공되지는 않고 별도 주문해야 하지만, 한우 등심이 정말 가득 들어가 있다. 맛있는 고기를 구워 먹고, 마지막으로 된장찌개에 밥 한 그릇 말아먹는 것- 별 건 아니지만 해외에 있을 때마다 가장 그리워지는 '한국의 맛'이다.



예쁘게 데코레이션 된 셔벗으로 끝을 맺는다. 솔직히 매번 먹어도 무슨 맛인지 기억이 안 날 만큼 특색이 없는 셔벗이다. 코스로 이루어진 파인 다이닝도 아니고, 고기집에서 많은 것을 기대하진 않는다.






철저한 예약제로 운영되며 룸 하나당 기본 미니멈 차지는 300,000 KRW 다. 둘이 먹다 보면 보편적으로는 넘길 정도로 보인다. 굉장히 조용한 공간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기 때문에,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나 지인들과의 모임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청담동과 한남동은 지난 몇 년간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들의 격전지였다. 청담동에 차린 2호점을 도쿄등심 본점 바로 위층으로 선정한 소꿉에게서는 소꿉이 지닌 자부심이 느껴진다.


서울 일대에 다양한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들이 등장하며, 각 레스토랑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색깔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과감하게 다채로운 재료를 혼합해 선보이게 되었다. 그로서, 분명 눈이 즐거운 다이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더 이상 한우가 메뉴의 핵심이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한식을 재해석한 모던 파인 다이닝이지,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소꿉은 여타 프리미엄 한우 전문점들과는 다른 양세를 보여준다. 고기의 맛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제공되는 기본 찬의 개수가 4개뿐 일정도로 심플 그 자체다. 모퉁이우나 현담원, 꿰뚫 같은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의 특색 있는 코스 만찬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양한 재료의 조합을 선보이거나 기존의 요리를 재해석하려 들지 않는다. 그런 '파인 다이닝'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곳에서 소비되는 비용과 시간을 모두, 오직 고기의 품질과 '맛' 하나에만 집중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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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한국에서 좋은 곳을 경험하게 해 주시는 S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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