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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Mar 06. 2022

[내가 좋아하는 가수] 심규선

생각을 말로 하기도 어려운데, 가사와 노래로 너무나 아름답게 잘하시는.

에피톤 프로젝트와 함께 한 '선인장',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노래를 가장 먼저 접했었다. 당시에는 속삭이는 듯 담담하면서도 처연한,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이끌렸던 것 같다.

목소리에 이끌려 입덕 하게 되었다고 한다면, 이후 덕질을 지속 해나가게 한 것은 아름다운 가사들이었다.

서정적인 노래와 가사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가사의 단어 범위를 넘어, 시를 짓고 나서 노래를 통해 속삭여주는 음유시인 같은 느낌에 크게 이끌렸던 것 같다.

노래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 굳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없더라도 음악 자체로 전할 수 있는 감정과 공유할 수 있는 추억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심규선 님의 노래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전자 쪽의 비중이 큰 것 같다. 본인이 나누고 싶은 생각을 가사와 목소리를 통해 음악으로 빚어내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느낌이다.

노래, 영화, 운문, 산문, 그림 등 그 방식만 다를 뿐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며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다만 본인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식으로 결국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글이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가사들을 옮겨보았다. 노래로 들으면 물론 더 좋지만, 가사만 읽어도 울림이 크다.


그대의 미소는 창백한 달 꽃 같이
내 모든 이성을 무너뜨려요
그대의 입술이 내 귓가를 스칠 때 면
난 모든 노래를 잊어버려요
(심규선,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2011)

춤을 추는 치맛자락인가
퇴색해가는 금빛 하늘인가
찰나의 한순간만 아름다운 것
그중에 하나가 바로
사랑
(심규선, 파탈리테, 2017)


내게 상처 주게 허락 할 테니
다시 걸어보게 해줘 사랑에
난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렸지만
멋대로 그대를 원하고 있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냐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렸지만
(심규선, 달과 6펜스, 2015)


애 닳도록 아름다워서 그만
고개를 떨구는 다시 그런 계절입니다
...
수 많은 약속들이 하나 둘씩
햇빛에 산산이 부서져
벚꽃잎처럼 허공에 멍들고
시선 가 닿는 곳마다
터트려지는 저 눈부신 봄망울
입술 깨물고 길 걷게 만드는
형벌 같은 이 봄
(심규선, 그런 계절, 2013)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아 자꾸만 마주치는
눈을 다른 말로 설명할 핑계를 더는 못 찾겠어요
(심규선, 지는 싸움, 2018)

사랑에 빠진다는 건 너무 벅찬 일인 걸
내 몸에 모든 숨이 다 새어나가도
느끼지 못할 만큼 넌 너무 달콤한 한숨
...
햇살처럼 와주던지
아니면 내 마음 더 자라지 못하게
지금 꺾어 버리라구요
(심규선, 너의 꽃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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