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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렁 Mar 10. 2022

[감상문] 뮤지컬 '레베카'를 통해 본 뮤지컬의 느낌

영상 덕후의 입장에서 본 생애 두 번째 뮤지컬

태어나서 두 번째로 본 뮤지컬이었다. 첫 번째 뮤지컬은 '스쿨 오브 락'이었고, 두 번째가 '레베카'이다. 한글로 번안된 뮤지컬은 처음 봤다.


배우분들이 노래를 너무 잘하시는 것은 굳이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당연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화와 애니 등 영상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바라본 뮤지컬의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당연한 말이라 안 하고 싶지만, 옥주현 님이 노래를 너무 잘하셨다.. 레베카 3 단어로 저렇게나 격정적인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들으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영상매체와 연극 및 뮤지컬의 차이점이 많이 있겠으나,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고정된 앵글이었다.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같은 움직임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인 영상물을 제외하면, 영상의 시점은 의도를 가지고 구성되고 변용된다. 같은 장면이라도 로우 앵글, 하이 앵글, 캔티드 앵글 등 시점의 위치에 따라 영상의 메시지가 상이하다. 숨기고 싶은 부분은 의도적으로 감추는 것도 가능하다.

The Arrival of a Train, Auguste Lumière, Louis Lumière, 1896

이런 면에서 보면, 연극이나 뮤지컬은 관객의 시선을 조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조명의 집중이나 배우의 동선, 효과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시점을 의도한 대로 이끌 수는 있겠으나, 세세한 구도까지 의도하기는 쉽지 않다. 관객의 좌석 위치에 따라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몰입도 있고 흡인력 있게 관객을 이끌 수 있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한된 앵글과 시점의 역할을 보완해주는 것이 무대장치인 것 같다. 매 장면 필요한 장면에 맞게 저택 내부나 바닷가가 나오기도 하고, 다른 장소에 있는 두 사람을 한 번에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말 그대로 필요한 세상을 매 순간마다 창조해내는 느낌이다. 저택 창가에 서있는 두 사람을 강조하기 위해 창가 자체가 무대에서 돌아가는 장면이 연극과 영상의 강점을 모두 살려낸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뮤지컬 중간중간 영상이 필요한 순간이 생기면, 무대 중간 부분에 반투명한 스크린이 내려온다. 영상과 함께 스크린 뒤쪽에 있는 배우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마치 현실 세상에서 레이어를 만든 것 같았다.

과거에는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위와 같은 영상물 활용이 불가했을 것이며, 비슷한 묘사가 필요할 경우에는 삽화나 그림이 활용됐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기술이 발전해나가면서 영상과 희극의 경계가 점차 희미해질 것 같다. 영상은 점점 평면성을 벗어나 3D, VR 등 입체적이고 공감각적인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며, 희극도 기술력이 더해짐에 따라 더 다양한 뷰와 현실감 있는 효과 연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에는 두 매체 모두 현실을 더 효과적으로 모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그 발전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겠다. (불편한 골짜기가 되지 않도록 잘 모방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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