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엎드린다는 진짜 뜻은 이런 것이었을까?
그런 날이 있었죠.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마다 나는 왜 이 일을 포기하지 못할까? 하고 마음속으로 울음을 삼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바보같이 왜 아직도 포기를 못 하는지 한숨을 쉬고 또 쉬면서도 왜 그만둘 용기가 나지 않았을까? 하며 고민에 고민을 하던 어느 날 문뜩 깨달았습니다.
"아~~ 돌아가기엔 너무 오래 걸었고 너무 멀리 왔구나"
돌아갈 집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의 상실감이란 뭐라 표현조차 안 됐을 때 그때 알게 되었죠.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그 자체로도 대단한 용기임을 이때 알게 되었고, 달리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포기만이 전부는 아니었기에 어떻게 보면 선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한번 더 해 보겠다는 그 마음도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그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또 다른 뜻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다시 하기로 마음먹을 때는 처음과는 다르게 전보단 덜 투덜대고, 덜 억울한 마음과 웃는 태도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부터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야 하는 그 순간에 말은 참 생각보다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 못하겠다는 그 투정의 내면에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뒤에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젠 도망가지 말고 전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움직임의 깊은 뜻.
발레의 움직임은 과학적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무릎도 펴기 위해 플리에(pile)라는 동작을 하듯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거의 납작 엎드리듯이 몸을 웅크려야 일어설 때 더 큰 임팩트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하죠. 쓰러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넘어져야 제대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울어본 사람이 우는 사람의 심정을 알고 포기하고 싶은 깊은 절망에 빠져보셨던 분들이 그 깊은 절망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건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감정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보면 생각지 못한 위기에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죄절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럴 때 그 누구보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용기만 있으면 언제든 어떤 일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많은 분들이 발레에서 보이는 외형적인 것들에 더 주목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랜 세월 동안 발레를 주로 보다 보니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보이지 않게 해야 하는 그 많은 것들을 통틀어 '정신력' 을 가장 높게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생각들과 매 순간 싸우며 집중하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그들을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었죠. 삶이란 게 본디 동전의 양면처럼 그렇게 그 모든 것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발레를 사랑해서 발레만 아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지만 결국 발레를 보면서 또다시 마음을 다 잡고 또 다른 발전해 나가려고 발버둥을 칠 때마다 그 어떤 것을 지키기 위한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버틸 수 있다면 제가 이상한 것은 아니겠지요?
대문사진: 김윤식 사진작가. 체코 국립발레단. 2019.Yoon6photo.
참고영상: https://youtu.be/kJ4uowripdw?si=GNBktXP-puc2adi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