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렌드가 된 모바일 앱이 아닌 PC에서 매매할 수 있는 HTS는 사장되는 분위기입니다. 방치해둔 지 10년 된 HTS를 이번이 마지막 개선이 될 것이다라고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증권사도 봤습니다. 이런 냉혹한 모바일의 바람 속에서 역으로 HTS 시스템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낡은 HTS가 트레이딩 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저번 편에서는 엑셀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략을 개발할 때 쓰는 툴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FTS(Futurism Trading System)입니다. FTS는 증권사의 HTS를 본떠 만든 코인 거래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입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 회사가 손매매 툴을 만드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손으로 매매하지 않는 자동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인데 손매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다니요. 하지만 FTS는 저희에게 없어선 안 되는 툴입니다. 이는 퓨쳐리즘 랩스에서 전략을 찾는 방법 때문입니다.
먼저 트레이더들이 엑셀에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받으며 시장을 모니터링합니다. 모니터링 중 알파를 발견하면 손으로 주문을 내봅니다. 이후 수익이 나는 전략이라고 판단되면 개발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전략을 개발하면 다른 전략이 개발 중이어도 트레이딩팀에서는 더 확실하게 리서치를 할 수 있고,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고빈도 매매의 특성상 많은 주문을 내야 하는데, 화면의 업데이트가 늦어 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는 코인 거래소가 웹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주문을 내고 포지션이 잘 잡혔는지 확인한 후 다른 주문을 내면 알파는 없어지기 일쑤였죠.
웹에서 주문을 내는 방식은 알고리즘이 수행할 매매 전략을 테스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곰곰이 고민한 끝에 트레이더들이 익숙한 HTS라는 시스템을 도입해보자고 생각했죠.
개발에서 중점을 둔 건 크게 2가지예요
안정적으로 주문을 낼 수 있는가
기존 트레이더들이 사용하던 UI와 비슷한가
클릭 한 번으로 주문이 나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주문을 낼 때 오류가 없어야 했어요. 또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존 유저들이 익숙하고, 레버리지/금액을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증권사 HTS의 UI를 그대로 녹여내야 했습니다.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그리고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 프로토타입이 완성되었습니다.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날에는 테스트해야 하는 이벤트가 있어 배포직후 3일간 2천 건 이상의 주문을 내는 극악의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개발할 때는 한 명이 화면 하나를 켜놓고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트레이더 한 명이 10개의 화면을 켜놓는 것을 보며(...!!!) 고려하지 못한 변수가 많아 기함하기도 했습니다.
FTS로 내고 있는 성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속도의 경쟁우위입니다. 다른 방법과 비교했을 때 알고리즘 > FTS > 바이낸스 화면 주문 순으로 바이낸스 웹사이트에서 주문낼 때와 비교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주문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은 실시간 수정이 불가능한 반면 FTS에서는 변화무쌍한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죠.
또한 FTS는 API키를 통해 동시에 여러 계좌를 컨트롤할 수 있어 여러 계좌에 주문을 낼 때 더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둘째, 다른 알고리즘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리서치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셋째는 재밌게도 단타의 손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퓨쳐리즘 랩스는 매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입니다. 매매를 할 때 재밌고 손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저희에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죠.
처음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오류도 많이 나고 쓰기 불편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내부 트레이더들로부터는 FTS가 없다면 매매할 수 없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몇 달 동안 DDE와 마찬가지로 유저 리텐션 100%를 유지하며 많이 개선하고 있습니다. 시일이 조금 걸리더라도 더 좋은 툴이 되어 여러분께 선보일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