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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원 Sep 27. 2021

내 어릴적에 즐겨 하던 일...

내 아이들이 즐겨하던 일...

어릴때 부터 전자기기가 좋았다. 재미 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뭔가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단지 그 기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기에, 저마다의 그들의 선택에 의한 그들만의 특별함을 가졌었고,

그 가운데 나는 디지털 기기를 소유함으로써 얻어지는 능력의 확장에 힘썼다. 누군가는 패션에 신경쓰고, 누군가는 몸매에 신경쓰고, 누군가는 책으로 스스로를 확장하려 했다.


직장을 다니고, 월급이 오르고, 여유가 생기면서 부터는 무분별한 소유욕에 빠져 필요하지도 않는 기기를 사 모으며, 순간의 행복감, 잉여스러운 물건을 어디에 활용할까 하는 행복한 몽상에 젖는 시간도 기기의 갯수 만큼이나 길어졌다.


그러다 어느덧 더이상 사 모으기에 공간이 부족함을 느꼈고, 배터리는 노후화되어가고 끊임 없이 쏟아지는 신제품을 다 감당해 낼 합리적인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


유튜브 제품 리뷰를 해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렇게 부지런 하지도 않고, 구성력 좋게 영상을 이끌고 나가기엔 일상이 너무 피곤했다. 먼지가 묻은 기기들은 무분별하게 소비한 욕망을 탓했고, 소비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과연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소비였던가. 머티리얼리즘...


세련된 디자인으로도, 막강한 기능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구매를 위해 치러야 할 상품 가격의 0 의 개수 만큼이나 커졌고, 내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지 못했다는 자책, 막강한 기기와 리소스를 가지고 있음에도 나아질 바 없는 일상의 모습들을 보며 계속 실망스런 구매행위를 중단하게 되었다. 손때가 묻고 잔기스가 잔뜩 나고, 더이상 돌아갈 거 같지 않을 때 까지 버티며 사용 하리라 다짐해 보지만, 배 부를 때 다른 음식은 쳐다 보기도 싫은 마음 처럼 얇팍하고 변덕 스럽기 그지 없는 욕망의 다짐일 뿐이었다.


공허했고, 무언가를 채워야 했고, 그리고 그 무언가가 음악에서 오는지, 책에서 오는지, 노동에서 오는지 알지 못했다. 무언가를 이뤄야만 한다는 강박이 만들어 낸 조바심 같은 것인가. 인생을 허무함으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조상들의 훈계가 뼛속 깊이까지 박혀있는건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홍시 껍질을 벗겨내고 입안 한가득 붉은 감을 채워 넣듯이, 넉넉함을 느낄 수 있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도 행복한 무언가를 해야 했고, 나에겐 그게 무엇일까 찾아야 했다.


남들이 뭐라 생각하건, 오직 내 만족을 위한 일이어야 하고, 할 때 마다 행복감이 밀려오고, 시간이 날 때 마다 하게 되는 일. 미래의 꿈도 아니고, 야망이나 목표도 아니고, 지친 일상을 힐링시켜주는 행복한 일...

거창한 도구나 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일. 언제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시를 쓰고, 글을 쓰고...


결국 내 영혼을 치유하고 살찌울 방법은 순수 창작의 길인거 같다. 


여행을 다니며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글을 끄적이던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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