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마지막 식사
마지막 식사를 한다고 치면 무엇을 먹고 싶은가?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다가 마지막 식사에 관한 구절이 잠깐 나와서 생각을 해보았다. 나를 더 잘 알고자 하는 것의 일환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피자를 떠올린다. 피자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정도로 피자 덕후이다. 무슨 이유에서건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식사로 피자를 먹자니 조금 억울한 기분도 든다. 마지막 식사를 한다면 엄마가 해주는 잡채와 김밥을 먹고 싶다. 눈물 나게 맛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잡채는 엄마의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다. 아주 달진 않지만 단맛이 군침을 돌게 하고 고소한 기름이 코를 자극하는 잡채를 크게 집어 한가득 입 속에 넣고 오물거리면 한동안 말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상념과 걱정은 잡채를 오물거리는 동안에는 저 멀리 뒤편으로 꽁무니를 숨긴다. 김밥은 아침 일찍 일어나 따뜻한 하얀 밥에 소금 간을 살짝 하고 주변에 계란지단부터 단무지, 우엉, 시금치, 햄 등을 잔뜩 산처럼 쌓아놓고 만든다. 엄마는 늘 부지런히 김밥을 말고 옆에다 산으로 쌓아놓고는 내가 졸린 눈을 비비며 옆에 앉으면 옆에서 먹으라고 두 줄씩 잘라서 준다. 시중의 김밥은 맛이 항상 아쉬운데, 엄마의 김밥은 너무나 맛있어서 언제나 네다섯 줄은 거뜬히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겨버린다. 김밥은 더군다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먹어도 배가 잘 부르지 않아서 평소 밥을 먹는 것보다 배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식사로 가장 완벽한 메뉴이다.
그 어떤 맛집에 가서 비싼 돈을 주고 먹는다 해도 엄마 밥만큼 생각나지 않는다. 결코 레스토랑 음식보다 훨씬 맛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음식이 사랑을 담고 있어서,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집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음식이기 때문에 엄마 밥을 마지막 식사로 하고 싶다. 물론, 그건 아마 실현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오랫동안 엄마 밥을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