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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샘 Aug 05. 2024

공립유치원 교사가 생각하는 한글 조기교육-1

7살까지 한글 떼기


유치원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하시는 이야기가 [한글]이다

3세 이전부터 문해 환경 노출에 신경을 쓰시고 만 4세 즉 6살이 되면 '이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면

만 5세 7살이 '저희 애가 아직 한글을 몰라서 어쩌죠?'로 고민이 심화된다


초등학교에 가면 바로 교과서를 읽고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에 모든 부모님들이 같은 고민을 하신다



하지만 유치원 교육과정에 한글을 가르치는 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초중고에 교과서에 기반한 교육과정이 있듯이 유치원 교육에도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있다

유치원 교육과정은 유아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교과서 형식의 교육과정이 아닌

놀이를 통해 온몸으로 습득해 가는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다


이 교육과정은 신/의/사/예/자로 나뉘어있는데


1. 신체운동건강 1

2. 의사소통

3. 사회관계

4. 예술경험

5. 자연과탐구


이렇게 5개 영역으로 나뉘어 유아들의 전인적 발달을 도모한다.

언어교육 즉 의사소통의 경우  현 교육과정에서의 목표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노란 형광펜 부분은 읽기와 쓰기 즉 한글교육과 관련된 부분인데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을 앉혀서 한글을 가르치라는 뉘앙스가 아니다


일단 읽기를 완벽하게 하는 것이 아닌 '관심을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글자와 비슷한 형태'로 표현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읽고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글자와 비슷한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 이것이 교사와 유치원의 역할인 것이다




하지만 유. 초이음연계나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입학 시 한글을 떼고 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한글을 배우는 과정은 명확하게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교과를 통해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획순을 배운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국어 교육에서는 한글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낮은 난이도부터 천천히 시작하는데

같은 시기에 시작하는 수학은 한글을 읽어서 이해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로 시작된다

분명 같은 3,4,5월에 배워야 하는 교육과정인데 과목 간의 이해가 상충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자신감을 잃고

교사는 나머지 공부로 또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등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많다는 것.



초등 1~2학년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읽기]

- 글자, 단어 읽기

- 문자, 짧은 글 소리 내어 읽기

- 알맞게 띄어쓰기



[쓰기]

-글자 단어 문장 쓰기

- 자유롭게 표현하기



이렇게 명시가 되어있다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비슷하게 써보렴~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초등교육과정에서는 읽고, 쓰기로 앞으로 한글을 배울 거야 1, 2학년 동안. 이라고 나와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글을 뗀다는 목적으로 가르치 것이냐 말 것이냐는 7세 선생님들, 그리고 각종 기관에서의 화두이고 

모두 교육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 유치원에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 경험하는 바가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이다




사립의 경우 '저희 유치원은 한글 떼드립니다!'라는 홍보를 통해 효과를 보는 곳들이 꽤 있다

사립도 공립처럼 유치원 교육과정에 바탕을 두기는 하지만 그 외 방과 후 시간이나 특활시간 등을 한글학습지, 한글 교구 등을 활용해

부모들의 니즈를 맞추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반면 공립은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 준하는  공교육기관이기 때문에 교육과정에 따라 한글 학습지를 시키거나 자음 모음 철자중심 교육을 하는 곳은 드물다

선생님들에 따라서 그런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실에서 운영하시는 분들을 보긴 했지만 많지는 않다




나 또한 자음 모음으로 교육하지는 않는다

철자중심의 교육은 아이들의 흥미와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놀이를 통한 배움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하지만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는 대로 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내 반 아이들에게 득인가? 를 고민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교육한다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그렇다고 한글을 등한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는 철자중심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균형적 언어교육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균형적 언어교육이란 자음 모음 발음중심의 교육과정과 통문자, 환경을 통해 가르치는 총제적 언어교육법을 적절히 균형 있게 맞게 사용하는 교수법이다

 

예를 들어 서울oo유치원에 서울이 서울우유의 서울과 같음을 아이들이 발견할 수 있게 돕고 흥미를 이끄는 것,

그것을 문자와 비슷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로 주는 것.

교사가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받아 적어 주며 아이들이 글 쓰는 방법과 획순에 대해 노출되게 하는 것.

획순이 틀리게 쓰거나 글씨의 방향이 달라도 그것을 발달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실제로 그렇다)

지적하기보다 바른 모델링을 자연스러운 기회를 통해 보여주는 것

놀이 속에서 열심히 만든 작품을 다른 친구가 부실까 봐 걱정할 때

표지판을 만들 수 있게 독려하고 만들어주기보단 스스로 적어볼 수 있게 돕는 것

교실 환경을 문해환경으로 가득 채우는 것


우리도 참 많은 노력을 한다.




 이어서 2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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